'오전 5시30분 기상,취미는 10가지 이상,자격증도 필수,여기에 뜨거운 가슴까지.' 큰손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은행 PB(프라이빗 뱅커)들의 생존 비법이다.

신한은행 전국 PB팀장들은 지난 주말 본점에서 'PB 경쟁력 강화 워크숍'을 열고 노하우를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소개한 1등 PB들의 영업비결을 살펴봤다.



○기상시간은 오전 5시30분

강남PB센터 배두원 팀장은 매일 오전 5시30분에 기상,간단한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한국경제신문으로 국내외 뉴스와 신상품 정보를 파악하고 한국경제TV를 통해 미국 등 세계시장 동향도 살핀다.

7시30분에 출근,이메일을 통해 들어온 각종 리서치 자료들을 탐독하고 인터넷을 통해 해외 원자재 가격 동향까지 살핀다.

주요 신문기사는 스크랩해 고객 섭외시 활용한다.

"고객은 활자화한 정보를 신뢰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같은 완벽한 준비를 통해 최신 시장정보와 투자전략으로 완전 무장한 채 오전 10시부터 고객과 상담에 나선다.

배 팀장은 "고객들은 웬만한 PB들보다 많은 금융지식과 투자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평소에 더 많은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들려줬다.


○15초 안에 사로잡아라

고객의 PB에 대한 판단은 첫 만남 15초 안에 결정이 난다.

바로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이다.

고객은 PB의 첫인상과 함께 일거수 일투족을 살피며 전문성과 성실함을 평가한다.

이 순간에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끝이다.

좋은 첫인상을 얻기 위해서는 밝은 표정과 단정한 복장은 기본.호감을 주는 대화기술과 경청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PB스타타워센터 류남현 팀장은 "한두 장짜리 메모지 위에 성의 없이 기록하면 결과는 뻔하다"며 "깨알 같은 글씨로 고객과의 대화내용을 꼼꼼하게 기록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취미생활은 10가지 이상

최고의 PB가 되기 위해서는 골프는 기본이고 낚시 테니스 등산 등도 즐겨야 한다.

와인에 관해서도 소믈리에(와인 감정사) 수준의 지식을 갖춰야 한다.

여의도PB센터 조정연 팀장은 지난 5월 중순 거액의 토지보상금을 받은 자산가를 알게 돼 몇 차례 접촉했으나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던 중 고객이 취미생활로 MTB(산악자전거)와 도로사이클을 즐긴다는 소식을 접했다.

조 팀장은 그날로 100만원이 넘는 MTB를 구입,자전거로 출퇴근하기 시작했다.

출근길에 한강 고수부지에서 MTB를 즐기는 고객을 우연을 가장해 만났고 30억원을 유치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자격증은 필수

PB들에게 자격증은 자신을 알리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고객 개인자산을 관리하는 만큼 전문성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PB의 경우 일인당 평균 3.4개의 자격증을 갖고 있다.

CFP(국제공인재무설계사) 24명,투자상담사 42명,선물거래사 22명,세무사 3명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다.


○인정에 호소하는 감성 마케팅

서울PB센터 탁현심 팀장은 최근 주요 고객인 K사장이 투자한 펀드에 손실이 발생,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고민 끝에 다음 날 K사장을 찾아가 사실을 알리고 읍소키로 했다.

때마침 장대 같은 비가 쏟아졌다.

"가입하신 펀드 때문에 걱정하실 것 같아 찾아왔다"고 말한 뒤 상황을 실토했다.

비에 흠뻑 젖은 탁 팀장의 모습을 본 K사장은 오히려 그녀를 위로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게.10여년 전에 투신사 주식형에 가입했다가 주가 하락으로 원금 손실이 발생해 5년을 기다린 뒤에야 원금을 되찾은 적도 있다네."

PB는 냉철한 머리와 발로 뛰는 프로다.

하지만 때로는 뜨거운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인간적인 접근이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