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근로기준법을 상시 근로자 4인 이하 사업장에까지 확대 적용하면 폐업사태가 속출하고 많은 종업원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경 7월10일자 A1·5면 참조

1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서울지역 4인 이하 사업장 10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업체의 13.3%가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당 44시간 내로 근로시간이 제한된다면 폐업을 고려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조사 결과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체 고용하겠다는 응답이 28.5%로 가장 많았으며 △불가피하게 법 위반(21.5%) △고용인원 축소(13.3%) 등의 순이었다.

어렵지만 법을 지키도록 노력하겠다는 응답은 23.4%에 불과했다.

조사대상 업체 중 76.6%가 부정적 반응을 보인 셈이다.

또 법으로 '연장근로수당 지급을 의무화'하거나 '연간 15일의 연차 유급휴가를 주도록 강제'한다면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체 고용하겠다'는 응답이 각각 30.6%와 35.5%에 달했다.

이 같은 결과는 근기법 확대 적용이 4인 이하 사업장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비정규직 근로자를 더 늘릴 것이라는 예측을 낳고 있다.

조사 결과 현재는 응답 사업장들의 85.1%가 비정규직 없이 정규직 근로자만을 고용하고 있었다.

이밖에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는 해고하지 못하도록 하며 소속 근로자가 부당 해고를 당했다고 판단할 경우 구제신청할 수 있도록 할 경우 절반 가까운 사업장이 '현재 고용하고 있는 근로자 숫자를 유지하되 점차 비정규직 인력으로 대체할 것'(47.1%)이라고 답했다.

다음으로는 △해고문제 발생시 금전 보상을 통해 가능한 선에서 해결(20.1%) △폐업하거나 근로자 없는 사업경영 방식으로의 전환 검토(19.1%) △현재 고용하고 있는 근로자를 줄일 것(13.7%) 등의 순으로 답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4인 이하 사업장으로 확대하면 영세 중소 사업장은 법을 준수할 능력이 없을 뿐더러 인건비 부담 증가를 감당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경기 침체와 경쟁 심화로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이들 사업장의 경영 현실을 고려할 때 정부의 법 개정 방침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