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무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운영단장(52)이 해외에서의 '역기러기 아빠' 경험을 적은 '가출아빠의 사랑 스케치'를 최근 출간했다.

박 단장은 2004년 12월부터 1년간 미국 미주리 주립대학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해외연수 생활을 했다.

아내는 직장에서 휴직 처리가 여의치 않아 한국에 남는 대신 박 단장은 아들 딸과 함께 현지에서 생활했다.

요즘의 전형적인 '기러기 아빠'와는 반대 생활을 한 셈이다.

그래서 저자 스스로 가출한 아빠의 역경을 걷는 것 같았고 국내에 아내를 혼자 놔두고 온 역기러기 아빠로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1년간의 해외생활에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을 얻었다.

자녀들과의 관계 회복이 그것이라고 꼽는다.

책 제목이 '가출아빠의 사랑 스케치'로 정해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에는 미역국과 김칫국을 끓이고 청소하고 공과금 내면서 산 박 단장의 아이들 뒷바라지에서부터 현지에서 만난 미국 교민의 삶, 자녀 교육, 현지 자연탐방 등의 내용이 실렸다.

박 단장은 미국으로 떠날 때만 해도 노랑머리 짙게 물들인 아들을 꾸짖었지만 이제는 각자의 삶을 인정하는 관계가 됐다.

아들은 이제 대학 1년생이 됐다.

박 단장은 딸의 열다섯 번째 생일파티를 지켜보면서 그동안 자녀들에게 신경 쓰지 못했던 자신의 무심함도 반성했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에서의 생활은 늘 아이들과 함께였기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서로의 맘을 터놓는 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며 "이웃과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도 다니면서 아빠와 자녀 간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었다"고 적었다.

정용성 기자 h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