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대변인 시절 늘 화제의 중심에 서 있었다.

대여 공격의 선봉을 자임하며 거침없는 화법으로 독설을 쏟아내 숱한 화제와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11일 전당대회를 통해 그는 다시 주목의 대상이 됐다.

정치입문 2년 만에 제1야당의 지도부에 입성하는 이변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그는 초선의 비례대표에다 여성이라는 '3대 악재'를 뚫고 종합 4위로 당당히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여성몫 최고위원을 일찌감치 '예약'해 성적이 저조할 것이란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특히 여론조사에선 2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경선이 대권 후보 간 대리전으로 변질돼 세 대결이 치열했지만 변변한 조직도 없이 보좌진만으로 치른 선거였다.

스스로도 "당원들이 기적을 보여줬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17일 만난 전 최고위원은 한결 부드러워진 모습이었다.

"죽기를 각오하고 대선의 지뢰밭을 앞장서 나가겠다"던 '여전사'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정권교체'얘기가 나올 때면 특유의 '전사'이미지로 돌아와 열변을 토해냈다.

그는 "대변인으로서 최선을 다했듯이 이제 최고위원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또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능한 정권을 바꾸는 것"이라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사심없이 정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전 최고위원은 경선에서 '민심(民心)'과 '당심(黨心)' 간 괴리가 컸다는 지적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국민 여론은 강력한 대여투쟁을 선택했고,당원들은 정체성을 분명히 하라는 주문을 했다"며 "대의원의 고민과 여론이 균형을 맞춘 결과"라고 말했다.

새 지도부가 영남·보수 일색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과거 여당 지도부는 호남 일색 아니었냐"고 반문한 뒤 "열린우리당의 실패는 사이비 진보였기 때문이며,한나라당도 진정한 보수는 아니었다.

국민들은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며 헌신하는 참된 보수를 원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 "욕심을 버리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이익을 버리고 당과 국가의 미래를 우선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돈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깨끗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최고위원은 소장파의 경선 패배에 대해 "누가 나왔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소장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이름뿐인 이름으로만 남지는 않았는지 인식하고 큰 틀에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충고했다.

"작전세력 때문"이라는 등 '남의 탓'을 하기 전에 자신들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그러나 "소장파는 한나라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대선 승리를 위해 훌륭한 자질을 발휘하고 헌신한다면 한국정치의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당무복귀를 결정한 이재오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경선 과정에서 섭섭한 부분이 있더라도 국민과 당만 바라보고 자기 헌신과 희생을 하는 큰 정치인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