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집중 폭우로 인해 강원지역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는 등 중부지역 곳곳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데 이어 장마전선 이동으로 남부지역 또한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한마디로 전국이 물난리에 직면한 형국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국가위기경보 3단계인 '경계'를 발령하는 등 비상체제(非常體制)에 들어간 것은 이번 사태가 거의 '국가 재난' 수준에 가깝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실제로 이번 폭우로 곳곳에서 도로가 유실되거나 붕괴됐고, 이 때문에 교통은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다. 아직도 접근이 어려운 지역들이 적지 않아 사망자 등 인명피해는 물론 집 논경지 같은 재산 피해를 제대로 집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큰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지역 주민들에 대한 지원부터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한명숙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장관회의를 열고 강원도 인제 등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조기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고 하는데 최대한 신속히 수습방안을 마련해 즉각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말 심각히 생각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 있다. 아무리 자연재해라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연중행사처럼 물난리가 되풀이되는데도 그 때마다 똑같은 피해를 당한다는 것은 자연재해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엄청난 교통마비를 초래하고 피해지역에 대한 접근조차 어렵게 만든 강원지역의 도로 유실,토사,낙석 등만 해도 그렇다. 애당초 도로를 만들 때부터 만일의 자연재해에 대비한 안전을 너무도 소홀히 취급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고 본다. 안양천 둑도 마찬가지다. 따지고 보면 부실이 원인이다. 한마디로 인재(人災)로 볼 수 있는 곳들이 적지 않았다.

더 이상 임시방편적 처방, 땜질용 공사로 적당히 넘어가선 안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근원적으로는 도로를 놓고, 둑을 쌓고, 터널을 뚫을 때 비용절감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안전과 대응시스템을 사전에 충분한 고려할 수 있도록 사회간접자본 투자의 운용을 개선해야 한다.

수마가 할퀴고 간 상흔(傷痕)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의 따뜻한 손길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점을 호소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가 근본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