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국민연금 동원론' 자체는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보고 있다. 고수익과 안정성이 보장된다면 여당이 주장하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데 있다. 김상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불행히도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 운용과 관련해 여러 차례 신용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한 예가 2조6000억원에 달하는 '공공자금관리기금 이차(利差)의 보전' 문제다. 이차란 연금의 민간부문 수익률(주식·채권투자 등에서 얻는 수익률)과 공공자금 수익률(정부에 빌려줬을 때 얻는 수익률) 간의 차이로 발생하는 '이자 차액'을 말한다.

정부는 1988년부터 2000년까지 국민연금에서 45조원을 꾸어 농어민·중소기업·영세민 지원과 SOC투자 등 재정사업에 사용했다.

그러나 이때 발생한 이차 2조6000억원의 지급 문제를 아직 해결해 주지 않고 있는 것.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측은 1998년 정부가 '공공자금관리기금의 예탁 및 재예탁조건 결정 기준'을 바꾸면서 이차를 보전해 주기로 했으면서 이를 실행하지 않고 있다며 이차 보전을 줄기차게 주장해오고 있다.

그러나 재정경제부측은 이 기준에는 "이차를 보전해 줄 수 있다"는 임의 규정만 있을 뿐 지급의무는 없다며 이차보전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정부가 이자 482억원을 주지 않은 것도 정부의 신뢰를 실추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연금에서 꾼 돈을 갚을 때 △국민주택채권 1종의 유통수익률 △국고채권 유통수익률 중 높은 것으로 이자를 쳐서 주게 돼 있는데 1999년 9~10월과 2000년 3~10월까지는 국고채권 유통수익률이 국민주택채권 유통수익률보다 높았는 데도 국민주택채권 수익률을 기준으로 이자를 지급,연금이 482억원을 덜 받았다는 것이다.

공단은 이 같은 사실을 지난해 9월에야 발견하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급 소멸시효(3년)가 지나 결국 이자를 못 받고 말았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