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지난 15일 만장일치로 대북 결의안을 통과시킨 후 45분 만에 북한이 불복 의사를 표명했으나 미국과 일본은 개의치 않고 북한에 대한 압박을 계속할 것임을 표명했다.

1993년 유엔의 첫 대북 결의안 채택 때는 중국이 기권해 북한을 '엄호'해줬으나 이번에는 중국마저 결의안 채택에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북한은 사실상 이미 고립무원의 처지다.

하지만 회담에 복귀할 조짐은 전혀 없다.

북한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한반도의 냉각 국면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비관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중 정상, 6자회담 촉구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G8정상회의가 열린 러시아에서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유엔 결의안이 구속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중국의 찬성표(affirmative Chinese vote)를 확보했음을 세 번이나 강조했다. 이어 "6자회담을 위한 몇 년간의 노력 끝에 이제 진정한 연합을 이뤘으니 북한은 회담에 나오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결의안 내용이 일본과 함께 추진했던 초안보다 많이 완화됐으나 중국이 가담했다는 데 대해 상당히 만족하는 분위기다.

이날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갖고 "우리 양측은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뜻을 표명하고 6자회담을 진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日,'내 식대로'제재 가속화

일본은 결의안 통과와 별도로 대북 제재를 가속화할 움직임이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아베 신조 일본 관방장관은 17일 관계 부처에 대북 송금 금지 등 추가 제재 검토에 착수할 것을 지시했다.

이 신문은 "자금 세탁에 개입한 혐의가 있는 해외 은행계좌와의 금융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자민당이 검토하고 있는 '금융제재 법안'의 입법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아사히 신문은 일본이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을 포기한 것은 미국의 설득 때문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스티븐 해들리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결의안 표결에 앞서 아베 신조 관방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일본 외교의 위대한 성과이자 승리"라고 치켜세웠다고 전했다.

○北,"우리 식대로 살아나가자"

중국이 북한을 등지고 국제 사회와 공조한 것은 대북 지렛대가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한반도 해빙 전망을 어둡게하고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중국마저 미국 편에 서는 것"이라며 "북한은 지난해부터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중국의 의도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가져왔으며 이번 사태로 인해 중국을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우리 식대로 살아나가자'는 북한의 비타협적 대외노선을 더욱 강경하게 만들 것이라고 이 전문가는 예상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주 우다웨이 중국 외교 부부장이 평양에 왔을 때 의도적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허용하지 않고 김 위원장의 메시지도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