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가 부담이 돼 공장 짓는 것도 망설이게 된다. 건설노조의 불법파업이 근절되지 않는다면 기업들의 시설투자가 크게 위축되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국내 굴지의 정유업체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한 행사장에서 참석자들이 포스코 사태를 걱정하자 "우리 회사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며 던진 우려의 소리다.

이 회사는 1조5000억원이 들어가는 공장을 내년 말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 3월 지역 건설노조 소속 노조원들이 공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잦은 공사 중단으로 공기 맞추기가 빠듯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여차하면 시위를 벌이는 판국이 됐으니 기업들이 마음놓고 설비투자에 나서겠느냐"고 혀를 찼다.

이 회사는 1만여명의 건설인력이 필요한 제2공장 건설을 앞두고 또다시 건설노조와 갈등이 빚어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울산 여수 포항 등 대규모 사업장이 있는 곳에서는 툭하면 빚어지는 건설노조원들의 시위로 기업들의 각종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건설노조원들의 시위가 기업투자 위축의 새로운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SK㈜도 지난해 울산건설플랜트 노조원들이 수첨탈황시설(FCC) 분리탑을 점거하며 고공농성을 벌여 어려움을 겪었다.

노조원들은 △식당 설치 등 근로조건 개선 △다단계 하도급 금지 △사회보장보험 가입 등을 요구했지만 이는 자신들이 속해있는 하도급업체와의 분쟁이지 공사 발주자인 SK㈜와는 무관했던 사안이었다.

SK㈜ 관계자는 "노동법상 3자 개입 금지조항 때문에 하도급업체에 어떠한 요구도 할 수 없는데 발주자가 책임지라고 시위를 벌이니 답답할 따름"이라며 "이젠 일상적인 공장 시설물 유지 보수를 하는데도 눈치를 봐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동국제강 등 철강업체들도 8∼9월 설비 대보수를 앞두고 건설노조와의 분규에 휘말릴까 고심하고 있다.

중공업 기계 전자 등 다른 대기업들도 건설노조의 집단행동이 두려워 설비투자 결정을 쉽사리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일부 노조의 불법파업이 도를 넘어서며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데도 정부의 '엄정한 법 집행'은 엄포성에 그치고 있어 산업계는 물론 정부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합법적인 파업이야 노사가 풀어나가야겠지만,불법파업은 국가 기강 확립 차원에서라도 정부가 적극 나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동부 관계자도 "지금 청와대와 노동부의 정책라인에 노사관계 전문가가 없어 노동행정이 흔들리고 있다"며 "억지와 막무가내식 파업을 바로잡으려면 처음부터 공권력으로 진압해 노조의 기대감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태웅·유창재 기자 red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