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메리츠증권 파생상품본부장(상무·39)은 흰색 넥타이를 주로 맨다. 7월 옵션만기일인 지난 13일 인터뷰를 위해 찾아온 기자에게 그는 양해부터 구했다.

"아침 출근길에 넥타이를 놓고 한참 고민했어요. 사진이 잘 받는 빨간색 타이를 맬까 했는데 그냥 흰색을 차고 나왔습니다. 옵션만기일에 빨간색을 매면 결과가 좋지 않았던 징크스 때문이죠."

하루 종일 분초를 다투며 피말리는 수익률 싸움을 하다 보니 선물·옵션 딜러들은 흔히 사소한 것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윤 상무는 이런 선물·옵션 딜러 세계에서 10년 가까이 버텨온 최장수 인물로 꼽힌다. 버틴 것만도 대단한데 선물·옵션 분야에서 갖가지 기록까지 보유하고 있다.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는 선물·옵션 투자로 무려 44개월 연속 플러스 수익률을 내고 있는 것. 윤 상무는 메리츠증권으로 옮긴 2002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월간으로 따져 한번도 잃은 적이 없다.

윤 상무는 장수 비결을 묻자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주가지수 선물·옵션은 시장 방향만 맞추면 의외로 쉽게 '먹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특히 선물의 경우 15%의 증거금만 있으면 거래에 참여할 수 있어 레버리지 효과가 크죠. 이 때문에 대박을 노리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크게 벌면 반드시 크게 잃을 수 있다는 게 이 세계의 진리입니다."

그는 따라서 대박보다는 조금씩 짧게 벌되,꾸준히 수익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거북이 전략'이다. 가령 주가지수 선물을 사놓고도 길게 기다리지 않는다. 수익이 나면 단 몇 분 안에 팔아 이익을 챙긴다. 시장 방향이 예상과 달리 움직여 손실이 나면 그 즉시 손절매한다.

시장 방향에 순응하자는 것도 그의 원칙이다. 선물·옵션으로 대박을 꿈꾸는 투자자들은 시장 반대 방향에 무리하게 베팅하기도 한다. 간혹 운 좋게 들어맞으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지만 쪽박을 찰 확률도 그만큼 높다. 매매 방식은 철저히 데이 트레이딩(초단기매매)이다. 이 때문에 그날 매매를 다음날까지 가져가는 오버나이트(Over Night)도 가능한 한 자제한다. 시장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윤 상무는 "전투로 따지면 전략을 미리 짜놓고 대응하는 정규전이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게릴라전이 선물·옵션에는 더 맞다"고 말했다.

리스크 관리도 핵심이다. "손실한도를 정해 과감히 손절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아무리 날고 기는 프로들도 이상하게 잘 안 되는 날이 있어요. 그런 날은 매매를 접고 쉬는 게 최선이죠."

윤 상무는 "개인들이 선물·옵션에서 깨지는 것은 스스로의 욕심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최소한 다음 5가지는 반드시 지킬 것을 권유했다. 첫째는 '3연패 이상 당하지 말라'다. 만약 3일 연속 깨졌다면 반드시 하루는 쉬면서 호흡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그날 벌어들인 수익의 20∼30% 정도를 잃게 되면 곧바로 매매를 스톱한다. 셋째는 자기손실 한도를 정해 만약 50%에 도달하면 매매를 줄이면서 손실폭을 줄이는 데 목표를 두라는 것이다. 넷째는 목표 수익률을 정해 푼돈이라도 이익이 나면 곧바로 취하라는 것이고,다섯째는 아무리 시장이 좋아보여도 증거금률만큼 풀베팅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윤 상무는 "수많은 후배 딜러들을 봤지만 어느날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나 업계를 평정하는 사람은 어느날 반짝스타로 조용히 사라집니다. 티는 안 나지만 묵묵히 자기관리를 해가며 꾸준히 버는 딜러가 결국 빛을 발하더라고요."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