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LPGA투어에서 '가장 작은 선수'인 김미현(29·KTF).상대는 늘씬한 몸매와 미모로 인기가 높은 나탈리 걸비스(23·미국).

두 선수가 미국LPGA투어 제이미파 오웬스코닝클래식(총상금 120만달러)에서 연장전에 돌입하자 갤러리들은 일방적으로 걸비스를 응원했다.

첫 번째,두 번째 홀은 무승부.

두 선수는 연장 세 번째홀에서 각각 5m,2.7m 거리의 버디 기회를 맞았다.

분위기상 열세인 듯했던 김미현이 먼저 회심의 버디퍼트를 홀에 떨구자 압박감에 눌린 듯한 걸비스의 버디퍼트는 홀을 외면하고 말았다.

통쾌한 연장 역전우승이었다.

김미현에게는 지난 5월 진클럽스&리조트오픈에 이어 시즌 2승,통산 7승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미국무대에 데뷔한 99년과 2002년에 이어 한 해에 2승을 올린 것은 세 번째다.

동갑내기 박세리(CJ)와 더불어 '제2의 전성기'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3라운드까지 걸비스와 함께 공동선두였던 김미현은 17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배니아의 하일랜드메도우즈GC(파71·길이6408야드)에서 속개된 대회 최종일 전반에는 걸비스에게 밀렸다.

걸비스가 3∼7번홀에서 5연속버디를 잡으며 멀찍이 앞서나갔다.

그러나 김미현도 물러서지 않았다.

8∼10번홀에서 3연속버디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뒤 16,17번홀에서 추가버디를 잡고 마침내 합계 18언더파 266타의 공동선두가 되며 연장전에 들어간 것.

종전까지 연장전 전적 1승3패로 뒷심 부족이 우려됐던 김미현은 그러나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서 보란듯이 역전승을 일궈내며 한국선수 중 올시즌 처음으로 2승 고지에 올랐다.

우승상금 18만달러를 받은 김미현은 시즌 상금랭킹 4위(101만4724달러)로 도약했고,생애 단일시즌 최고상금(104만9993달러·2002년) 경신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김미현은 "대부분 갤러리들이 걸비스를 응원했지만 내 이름을 외치는 팬들도 있었다"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미현의 우승으로 올시즌 한국선수들은 투어 18개 대회 중 절반인 9승째를 올렸다.

이 기세라면 한국선수들은 올해 처음으로 한 해 '두 자릿수 승수'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김미현,걸비스와 함께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한 박세리는 이날 5언더파(버디6 보기1),합계 16언더파 268타로 4위를 차지했다.

박세리는 LPGA챔피언십 우승 이후 출전한 4개 대회 가운데 웨그먼스LPGA(45위)를 제외한 3개 대회(US여자오픈 3위,HSBC매치플레이 16강 포함)에서 상위권에 올라 전성기적 기량을 거의 회복했음을 알렸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