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업계에도 과당경쟁의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3년간 대규모로 판매됐던 변액보험 계약에서 최근 들어 중도 해약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격영업에 나섰던 일부 외국계 생보사들은 계약유지율 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개발원 분석 결과 생보사의 2005 회계연도(2005년 4월~2006년 3월) 변액보험 해약 건수는 3만496건,해약 환급금은 3539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544.7%,39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전체 생명보험 해약 건수가 391만2716건을 기록,전년에 비해 22.5% 감소한 것과 대조적인 양상이다.

또 지난해 보험료를 제때 안내 보험 효력을 상실한 변액보험 계약은 9910건,효력상실 금액은 377억원으로 각각 548.9%,24.4% 늘어났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변액보험은 수익률이 당초 보험사가 예시한 것보다 낮고 납입 보험료를 중도 인출할 수 있는 금액도 생각보다 적어 민원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중도 해약하거나 보험료 납부를 중단하는 가입자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액보험은 보험료를 주식 등에 투자해 그 결과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는 상품인데 특히 외국계 회사들에 의해 집중적으로 판매됐다.

일부 변액보험 계약자는 저금리 시대에 높은 수익이 기대된다는 보험사의 말을 듣고 가입했다가 기대에 못 미치자 보험사와 분쟁을 벌이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변액보험 등을 중심으로 해약이 늘면서 일부 외국계 생보사의 계약유지율(보험계약이 가입 후 일정 기간 유지되는 비율)도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보험계약유지율은 그동안 외국계 생보사에서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8개 외국계 생보사의 13회차 계약유지율은 79.4%로 전년(81.2%)에 비해 1.8%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PCA ING 라이나 뉴욕 알리안츠 푸르덴셜 등 6개 생보사의 이 비율이 떨어졌다.

공격영업을 주도했던 PCA생명은 78.8%에서 70.6%로 8.2%포인트나 낮아졌고,ING생명도 그동안 90%대의 계약유지율을 기록했으나 작년에 89.2%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중 빅3 생보사의 13회차 유지율이 80.7%에서 81.6%로,중소형 생보사의 유지율이 72.2%에서 74.9%로 각각 상승했다.

25회차 유지율의 경우도 21개 생보사 중 4개사만 하락했는데,그 가운데 외국계 생보사가 PCA 뉴욕 푸르덴셜 등 3개사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들은 그동안 완전판매를 자랑해 왔는데 최근 들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마음에 무리하게 설계사를 채용하고 영업드라이브를 거는 바람에 부작용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