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에서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화가인 뭉크의 '절규'라는 그림을 찾아가는 방법을 찾아보자.먼저 기차로 오슬로 중앙역에 내려 밖으로 나서보라.북유럽의 강렬한 햇살이 쏟아져 내릴 것이다.
왼쪽 계단을 내려가 시계탑 안에 있는 매표소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티켓을 뽑는다.
자기 차례가 오면 '1일 패스'를 하나 사자.이 패스의 가격은 170크로네.이 패스 하나만 사들면 오슬로에선 트램(전차) 지하철 버스 등을 하룻동안 마음대로 탈 수 있다.
매표소 여직원이 주는 목적지 노선매뉴얼을 받아들면 아무리 처음 오슬로에 도착한 사람이라도 자기가 원하는 곳을 손쉽게 찾아갈 수 있다.
매뉴얼에 따라 뭉크의 절규가 전시돼 있는 노르웨이국립미술관을 찾아가려면 13번 트램을 타고 왕궁 앞에 내려서 오슬로대학 본관을 돌아 낡은 돌계단을 한 칸 올라가 해묵은 나무문을 밀고 들어가 보라.
곧장 미술관이 나타난다.
입장료는 무료.다른 미술관처럼 가방을 맡겨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더 눈여겨 볼 것은 입구 왼쪽에 있는 전시매뉴얼.4만여점의 전시작품 가운데 뭉크의 작품만 보고 싶다면 그 매뉴얼에 나타난 22번 갤러리와 24번 갤러리를 찾아가면 된다.
지정한 갤러리 안에는 붉은해가 지는 저녁 강변에 불안한 마음으로 귀를 막고 소리지르는 사람을 그린 '절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매뉴얼'이란 어떤 목표에 도달하게 하는데는 최고의 지침이 될 수 있다.
199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에서 매뉴얼이 잘 갖춰져 있기로 이름난 오슬로에서 중소기업의 기술혁신 가이드라인인 '오슬로 매뉴얼(Oslo Manual)'을 발표했다.
이 오슬로 매뉴얼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기업 기술혁신지침서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본격 실시하고 있는 '이노비즈(INNO-BIZ·중소기업기술혁신)정책'도 바로 이 오슬로 매뉴얼을 기초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매뉴얼은 △매뉴얼의 목적 △혁신성 측정방법 △혁신활동 정의 △조사절차 등 7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 매뉴얼의 첫 번째 버전이 완성되기까지는 유럽국가들의 다양한 경험이 작용했다.
이 매뉴얼은 당초 유럽혁신모니터링시스템(EIMS)에서 출발했다.
이 시스템은 노르웨이 독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벨기에 덴마크 등 유럽 13개국에서 실시돼 성과를 거뒀다.
그러자 OECD는 TPP(제품공정기술)에 초점을 맞춰 오슬로 매뉴얼 첫버전을 마련했다.
이후에도 OECD는 다양한 조사연구활동을 통해 새로운 오슬로 매뉴얼 버전을 내놨다.
이 오슬로 매뉴얼의 한국판을 내놓은 것은 민관으로 구성된 이노비즈정책협의회다.
이 협의회는 2001년 3월 중소기업 기술혁신시스템 평가매뉴얼을 완성했다.
이 평가모델은 기술혁신 우수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3개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명시해 놓았다.
기술혁신능력과 기술사업화능력,혁신경영능력 등이 그것이다.
기술혁신능력으로는 연구개발(R&D) 투자비중이 높아야 한다고 밝혔다.
R&D 투자비중이 10% 이상이면 우수점수를 주도록 했다.
기술사업화 능력으로는 제품개발 매뉴얼을 확보해야 한다.
기술표준화 수준과 신규 거래선도 확보해야 한다.
이 평가 매뉴얼에 따라 점수를 매겨보면 자기 회사의 기술혁신 수준이 어디에 있는 지를 알게 된다.
자동차의 수동식 변속기어를 영어로는 매뉴얼이라고 부른다.
이 매뉴얼 기어는 시동을 건 뒤 1단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좋다.
3단에서 첫 출발하려면 엔진이 멈추거나 엄청난 매연을 내고서야 겨우 전진할 수 있다.
기업도 이와 마찬가지다.
아직 3단의 속도에 이르지 않은 기업이 3단 기어를 먼저 넣으면 무리가 따른다.
그래서 기술혁신 전문가들은 "우리 회사는 오토매틱이니까"라고 자만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
기업경영엔 아직 오토매틱이 없기 때문에 자만하다간 회사의 엔진을 다 망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치구 한국경제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