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초부유층(HNWI:high net worth individual),이른바 백만장자를 잡기 위한 금융권의 마케팅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초부유층만 상대하는 프리미엄급 프라이빗뱅킹(PB)센터 개설이 잇따르고 있는데다 호텔에 점포를 내는 등 부심(富心)을 사로잡기 위한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10억원 이상의 초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PB 브랜드를 내년에 출시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현재 수신 3억원 이상의 고객을 전담하는 '골드 앤 와이즈' PB센터를 전국적으로 17개 운영하고 있는데 이와 별도로 수신 10억원 이상인 초부유층을 위한 별도 브랜드 PB센터를 마련하겠다는 것.

수신 10억원 이상의 초부유층을 겨냥한 PB 점포인 '웰스매니지먼트(WM)센터' 2개를 운영 중인 하나은행은 조만간 모든 PB 고객의 자산계정을 개인점포와 별도 분리할 예정이다.

지금은 일반 개인점포에서 거액 수신 고객을 발굴해 PB센터로 넘겨주면서 PB 고객의 손익 관리를 지점과 PB센터가 공유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PB 고객의 계정 분리가 실시되면 PB 팀장들은 소매점포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초부유층을 유치하게 된다"며 "초부유층에 대한 차별화 서비스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12일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 5층에 PB센터 'Fn아너스 자산클리닉센터'를 오픈했다.

호텔에 금융회사 점포가 입점하기는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하나은행 웰스매니지먼트센터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Fn아너스 자산클리닉센터는 주식이나 펀드 거래뿐 아니라 부동산 세무상담 등을 제공하는 자산클리닉 서비스 전문 점포로 운영된다.

외국계 HSBC은행은 지난 4월 말 부자고객의 자산 관리를 전담하는 '강남 프리미어'센터를 열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HSBC의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인 프리미어는 전 세계 34개국에서 120만명의 고객이 이용하는 PB 브랜드다.

금융권이 이처럼 초부유층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한국의 백만장자가 세계에서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시장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메릴린치가 최근 발표한 '세계 부유층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말 한국의 백만장자(부동산 제외 순금융자산 기준)는 8만6000명으로 2004년(7만1000명)보다 1만5000명 늘어났다.

증가율로는 21.3%로 세계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