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중견기업 대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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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너무 어렵고, 그래서 중견기업은 설 땅이 없는 걸까. 산업자원부도 허리가 약한 산업구조가 문제라고 말한다.
이런 이슈와 관련해 최근 공학한림원 최고경영자(CEO) 조찬모임에서 변대규 휴맥스 사장이 대기업 위주의 독과점 구조 등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하자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도전정신을 강조한 일이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선 대기업과 벤처기업으로 대비시켜 서로 네 탓 아니냐는 '설전'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설전이라고 할 것도 없다. 관점의 차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서로의 주장 자체를 부정한 것도 아니었고 보면 특히 그렇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만 놓고 보면 별 얘기가 다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만 있는 게 아니다. 대기업·중소기업간 문제라는 것도 마치 우리나라만 그런 것처럼 말하지만 솔직히 다른 나라 역시 크게 다를 것은 없다. 기업 행태만 보고 어떤 결론을 내리기는 성급하다는 얘기다. 자칫 기업성장의 환경이나 제도적 측면에서 우리가 안고 있는 적지 않은 문제점들을 간과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기업이 커지면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고 그럴 경우 좋을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기업가들이 우리 사회에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기업이 커질 성싶으면 고만고만한 몇 개 중소기업으로 쪼개서 경영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분위기를 바꿀 만한 인센티브 시스템도 아니다. 대기업으로 성장하면 갖가지 규제가 기다리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에 대해선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원제도가 늘려져 있다. 중소기업의 기업가정신은 약해지기만 하는데 중견기업이 쉽게 나올 리 만무하고, 나와도 대기업으로의 성장 유인은 커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본능적으로 성장하려는 기업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슘페터는 자본주의라는 자동차가 잘 굴러가려면 기업가정신과 이를 알아보는 금융이 중요하다고 했다. 지금의 금융은 기업의 성장 욕구를 충족시켜 줄 만한 시스템인가. 정부는 혁신형 중소기업을 말하지만 벤처캐피털을 포함해 금융이 선진화되지 않고선 기업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성장에는 여러 길이 있다. 인수합병은 그 중에서도 실질적인 경로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확률은 인수합병 시장이 활성화된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를 비교할 때 확실히 다르다. 미국 시스코도 그렇고, MS나 구글의 성장과정을 봐도 그렇다. 우리는 성장의 경로가 다양하지 못하다.
성장을 원하는 기업가는 또 공정경쟁을 요구한다. 공정위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공정위 정책은 대기업에 대한 사전적 규제에나 의존하는, 더없이 후진적인 것이다.
경쟁촉진, 불공정 행위 자체에 눈을 돌려야 한다.
이런 문제를 제쳐두고 중견기업 대망론을 말하기는 정말 어렵다. 모든 것을 대기업·중소기업간 문제로만 축소시키면 정치적으로는 매력적일지 몰라도 해결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이 사실을 빨리 깨닫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백날 가도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할 뿐이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이런 이슈와 관련해 최근 공학한림원 최고경영자(CEO) 조찬모임에서 변대규 휴맥스 사장이 대기업 위주의 독과점 구조 등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하자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도전정신을 강조한 일이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선 대기업과 벤처기업으로 대비시켜 서로 네 탓 아니냐는 '설전'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설전이라고 할 것도 없다. 관점의 차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서로의 주장 자체를 부정한 것도 아니었고 보면 특히 그렇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만 놓고 보면 별 얘기가 다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만 있는 게 아니다. 대기업·중소기업간 문제라는 것도 마치 우리나라만 그런 것처럼 말하지만 솔직히 다른 나라 역시 크게 다를 것은 없다. 기업 행태만 보고 어떤 결론을 내리기는 성급하다는 얘기다. 자칫 기업성장의 환경이나 제도적 측면에서 우리가 안고 있는 적지 않은 문제점들을 간과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기업이 커지면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고 그럴 경우 좋을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기업가들이 우리 사회에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기업이 커질 성싶으면 고만고만한 몇 개 중소기업으로 쪼개서 경영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분위기를 바꿀 만한 인센티브 시스템도 아니다. 대기업으로 성장하면 갖가지 규제가 기다리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에 대해선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원제도가 늘려져 있다. 중소기업의 기업가정신은 약해지기만 하는데 중견기업이 쉽게 나올 리 만무하고, 나와도 대기업으로의 성장 유인은 커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본능적으로 성장하려는 기업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슘페터는 자본주의라는 자동차가 잘 굴러가려면 기업가정신과 이를 알아보는 금융이 중요하다고 했다. 지금의 금융은 기업의 성장 욕구를 충족시켜 줄 만한 시스템인가. 정부는 혁신형 중소기업을 말하지만 벤처캐피털을 포함해 금융이 선진화되지 않고선 기업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성장에는 여러 길이 있다. 인수합병은 그 중에서도 실질적인 경로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확률은 인수합병 시장이 활성화된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를 비교할 때 확실히 다르다. 미국 시스코도 그렇고, MS나 구글의 성장과정을 봐도 그렇다. 우리는 성장의 경로가 다양하지 못하다.
성장을 원하는 기업가는 또 공정경쟁을 요구한다. 공정위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공정위 정책은 대기업에 대한 사전적 규제에나 의존하는, 더없이 후진적인 것이다.
경쟁촉진, 불공정 행위 자체에 눈을 돌려야 한다.
이런 문제를 제쳐두고 중견기업 대망론을 말하기는 정말 어렵다. 모든 것을 대기업·중소기업간 문제로만 축소시키면 정치적으로는 매력적일지 몰라도 해결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이 사실을 빨리 깨닫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백날 가도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할 뿐이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