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4대 선결조건'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일부에서 그런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만 우리 정부가 해결한 것은 스크린쿼터 뿐입니다.

그것도 146일에서 73일로 줄였을 뿐이고 더 이상은 줄이지 않는다는 데 양국이 합의했습니다."

19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외교통상부 청사 9층 통상교섭본부장실.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두꺼운 책자와 각종 페이퍼를 내보이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반대론자들이 내세우고 있는 주장이 답답하다는 듯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의 보고서에는 노란 포스트잇이 곳곳에 첨부돼 정리돼 있었고 각 페이지의 뒷장엔 메모가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김 본부장은 "FTA라는 것은 철저히 우리나라에 이득이 돼야 추진한다"고 전제하고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듯 우리 경제가 미국에 종속될 것 같았다면 내가 나서 협상을 중단시켰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한·미 FTA는 양국의 이해가 서로 맞아떨어지는 협상인 만큼 타결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본부장은 한·미 FTA 추진 과정과 협상에 대한 평가,향후 협상전략,그리고 FTA 정책 전반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다.


-스크린쿼터 의약품 쇠고기 자동차배기가스 등 이른바 한·미 FTA 협상의 4대 선결조건에 대한 의혹으로 반대 여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

"4대 선결조건이라고 불리는 것 가운데 우리 정부가 해결한 것은 스크린쿼터 뿐이다.

의약품 약가 정책 같은 경우는 복지부에서 이미 포지티브리스트 방식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이를 인정할 것이다.

이것이 전제조건이라면 바꿀 수 있었겠는가.

전제조건이 아니란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미국이 2차 협상 의약품 분과 회의를 중단한 이유는 간단하다.

다자든 양자든 통상협상을 보면 출범 이후 협상대상이 되는 제도를 안 바꾸는 것이 원칙이다.

즉 한·미 FTA를 2월에 출범키로 하고 5월에 발표한 것에 대해 그쪽에서 불만이 있어 협상이 파행으로 간 것이다.

미국은 우리가 포지티브 제도를 도입하면 혁신약품이 차별당할 것이란 우려를 갖고 있다.

미국측 의약품을 가격,등재에서 차별대우 받지 않는다는 것은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

호주 캐나다 등이 다 그렇게 하고 있다.

해결할 수 있다."

-쇠고기나 자동차 배기가스 문제도 정부가 미리 해결해준 것이 아닌가.

"쇠고기의 경우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기 때문에 위생검역 협정에 의해 국제기준에 따라야 한다.

즉 위생검역 협정 3조1항에 따라 등뼈를 제외한 쇠고기를 수입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에 있는 모든 국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FTA가 없었지만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한 바 있다.

특히 우리는 국제기준보다 엄격하게 갈비뼈 등을 제외했으며 아직도 수입을 안 하고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도 해결이 안 됐다.

미국이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달라고 하고 있지만 우리는 환경기준을 안 바꿨다.

다만 1만대 이하 업체에 대해선 2년간 적용을 유예했다.

이는 양국의 수출입 상황과 통상마찰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업계는 2004년 기준으로 85만대를 수출했지만 수입은 3994대에 불과했다.

만약 미국이 반덤핑 관세를 때린다면 125만명이 관련된 우리 업계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통상마찰을 피해가면서 해결한 것이다."

-한·미 FTA를 체결하면 어떤 이익이 있는가.

"우선 무역수지는 최대 181억달러가 늘어나게 된다.

물론 식당 주인이 식당을 차리고 골프만 친다면 51억달러가 감소할 수 있다.

투자도 미국으로부터 최소 38억달러에서 최대 96억달러가 늘어나게 된다.

정부가'장밋빛 전망'만 내놓는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미국과 FTA를 맺은 칠레 싱가포르 멕시코 등의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칠레의 경우 FTA 전인 2003년 대비 수출이 37억달러에서 2004년 47억달러로 늘었고 무역흑자도 10억달러에서 11억달러로 늘었다.

특히 멕시코를 놓고 말이 많은데 대미수출은 NAFTA 이전 연평균 310억달러에서 이후엔 1253억달러로 늘었다.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비판하지만 브라질,아르헨티나보다 재산분배가 훨씬 잘 돼 있다.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듯이 우리 경제가 미국에 종속될 것 같다면 내가 협상을 중단시킨다.

한·일 FTA는 수석대표였던 내가 준비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느껴서 중단시켰다."

-이정우씨,정태인씨 등 청와대에서 일했던 인사들도 반대하고 있다.

"청와대에 계셨던 분들이라도 직접 그 라인에 없었기 때문에 모를 수 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잘 몰라서 하는 사람도 있고 참여연대 등은 좀 잘해라는 차원이다.

그러나 반대를 위한 반대도 많다.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 가서 협상전략까지도 소상히 말씀드리겠다.

무조건 반대한다면 의견 수렴이 안 된다.

왜 반대하는지 논리적으로 하면 다 받아들인다."

-2차 협상을 했는데 우리가 생각하던 대로 되어가는가.3차 협상 전망은.

"협상엔 굴곡(up & down)이 있다.

지금까지는 제가 예측한 대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도 매우 타결하고 싶어한다.

다자협상인 도하개발아젠다(DDA)가 진행이 잘 안 되고 있고 태국과의 FTA 협상도 진전이 없으며 NAFTA 이후 메이저 국가와도 FTA를 체결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 지역의 동맹국과 체결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이슈다.

서로가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잘 될 것이다.

8월에 양허안과 서로 리퀘스트 리스트를 교환하면 3차 협상에선 본격적인 줄다리기를 하게 된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문제를 협상카드로 쓰는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다.

미국에 설명할 때 군사기지를 없애고 공단을 만드는 것이며 서부전선을 포기시킨 것이라고 강조한다.

개성공단이 커지면 북한 주민이 시장경제에 노출된다.

이는 미국이 원하는 민주 질서 확대에도 매우 중요하다.

개성공단 문제를 포기한다는 것은 오보다.

현재 역외가공 방식은 65개 FTA에서 인정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 조항 중 하나인 정부제소권 문제로 논란이 많다.


"우선 투자자의 정부 제소권은 환경과 주민건강,주민안전 등과 관련해선 제한한다는데 미국이나 우리나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 문제는 전체적 측면에서 봐야 한다.

중국에 우리 기업 2만개가 320억달러를 투자했으며 미국에는 6400개 기업이 185억달러를 투자한 상태다.

우리가 이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다.

소송이 붙으면 우리가 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난 2년간 WTO에서 소송이 붙은 15건 중 12건에서 승소했다."

정리=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