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발사와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예상대로 남북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에 대한 미·일의 압박 움직임이 수위를 높여가고 우리 정부도 일정 정도 이러한 국제 분위기에 공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남북 관계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19일 이산가족 상봉의 무기한 중단이라는 강경 카드를 빼든 것은 지난 13일 남북 장관급 회담이 결렬로 끝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북한 입장에서는 인도주의적 지원을 일방적으로 끊고 북한 정권을 교체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남측이 '가담'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대응은 자신들이 여전히 남측을 압박할 수 있는 대응카드를 갖고 있다는 점과 함께 미·일의 공조에 남측이 참여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또 우리측의 쌀 지원 유보결정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면서도 현실적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북한이 이날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 중단을 언급하지 않은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정부가 미국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과 경제 제재는 별개이며 일반적 상거래에 해당한다는 점을 강조,차별화하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고 북한으로서도 현실적인 '캐시카우'가 되는 이들 사업의 중단까지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실장은 "이들 사업은 북한에 직접적인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북측이 먼저 끊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들 사업이 남북 관계의 마지막 지지대라는 점에서 이마저 끊긴다면 남북 관계의 손상된 맥을 되살리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날 일단 곤혹스럽다는 반응과 함께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 나가겠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북한의 태도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이미 밝힌 쌀과 비료지원 유보결정을 뒤집을 명분이 없는 상황에서 현재로선 달리 뾰족한 대응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통일부가 대북지원이 재개되도록 상황 호전을 위해 북측이 노력해주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남북 관계의 '개점 휴업'이 장기간 이어질지 아니면 대화의 돌파구가 마련될지는 내달 평양에서 열리는 8·15통일대축전에 정부대표단 참석이 성사될지 여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정지영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