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카 벨루치는 관능적인 몸매와 조각같은 얼굴로 유럽 영화계에 여신처럼 군림해 온 배우다.

신비감마저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는 평범한 여인이 아니라 모진 운명의 주인공역을 자주 맡도록 이끌었다.

여자친구의 질투로 남자친구와 헤어져야만 했던 '라 빠르망',마을사람들로부터 창녀로 오인받았던 '말레나',치명적인 강간 피해자가 되는 '돌이킬 수 없는',예수의 처형을 안타깝게 지켜봐야 했던 막달레나역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등이 대표작이다.

프랑스 베르트랑 블리에 감독의 로맨틱코미디 '사랑도 흥정이 되나요'에서 벨루치는 창녀역으로 등장한다.

모진 운명의 여인임에 틀림없지만 이번에는 해피엔딩의 주인공이다.

벨루치의 관능적인 매력과 함께 사랑 및 육욕의 함수관계에 대한 성찰이 돋보인다.

이 영화는 미모의 창녀 다니엘라(벨루치)가 복권에 당첨된 남자 프랑수아(베르나르 캄팡)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창녀가 주부로 바뀌는 줄거리는 할리우드영화 '귀여운 여인'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신데렐라 스토리'가 아니다.

돈은 다니엘라가 프랑수아에게 호기심을 갖는 미끼에 불과할 뿐,다니엘라가 호사스런 생활에 빠져드는 장면은 전혀 없다.

이 때문에 관객으로 하여금 사랑과 육욕의 함수관계에 집중하도록 이끈다.

프랑수아가 사랑의 상징이라면,중반부에 출연한 다니엘라의 기둥서방(제라르 드 파르디유)은 육욕의 화신이다.

사랑과 육욕의 차이점은 베드신에서 재치있게 묘사돼 있다.

사랑이 없는 섹스신에선 다니엘라가 직업적인 '교성'을 지르지만,사랑이 무르익었을 때에는 정신적 쾌감을 동반한 '신음' 소리를 낸다.

다니엘라의 사랑은 그녀를 대하는 프랑수아의 긴장감과 존경심에서 자라난다.

프랑수아의 긴장감과 존경심은 그녀와의 섹스 전후 수차례의 심장발작으로 표현되는데,이런 장면은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숨막힐 듯한' 미모에 반한 남자의 심경이 유머러스하게 그려진 것이다.

프랑스 로맨틱코미디 특유의 표현방식이라 할 수 있다.

모니카 벨루치만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작품이라는 제작진의 설명처럼 그녀의 관능적인 매력은 전편을 지배한다.

한 대중잡지가 벨루치를 '유럽 최고의 허리곡선'으로 뽑은 만큼 수많은 베드신에는 그녀의 엉덩이와 허리곡선이 유난히 강조돼 있다.

27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