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변칙 증여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가 이 사건 1심 재판의 논리적 약점을 지적하며 검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20일 서울고법 형사5부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재판장인 이상훈 부장판사는 "1심 판결의 논리에 비약이 있다고 보며 그 부분을 검찰이 메워주리라고 본다"며 석명권(釋明權)을 행사,검찰에 혐의 입증을 촉구했다.

석명권은 법원이 사건 진상을 명확히 하기 위해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의 사항에 관해 질문하고 입증을 촉구하는 권한이다.

재판부는 "삼성에버랜드가 발행한 CB를 주주들이 실권하면서 이재용씨가 CB를 배정하는 과정에서 삼성에버랜드의 전·현직 사장인 허태학·박노빈 두 피고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중앙일보와 삼성물산 등 삼성에버랜드의 주주들이 실권을 했다면 이를 결정한 개인이 있었을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누가 이들 법인 주주의 실권을 결정했고 그 사람과 피고인들 간에는 어떤 공모 관계가 있었는지 등이 소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서 "이 사건의 법률적 쟁점에 대한 판단 이전에 이 같은 사실관계가 먼저 파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1심 재판에서는 주주 배정 방식을 가장한 제3자 배정 방식의 CB 배정을 통해 피고인들이 편법 증여에 가담한 혐의가 인정돼 허씨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박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