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삼성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이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브랜드를 불법 복제한 짝퉁이 나도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회사 이름까지 도용해 사기를 치는 일당도 잇따라 등장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삼성본사 관계자는 21일 "최근 현지 시민의 제보로 삼성의 중국 홈페이지를 복제해 사기를 치려던 사람들을 적발해 대응에 나섰다"고 밝혔다.

후베이성 한닝시에 거주하는 진탕(여)은 삼성이 중국지주회사 설립 10주년을 맞아 시행하는 복권 추첨행사에서 2등에 당첨됐다는 우편물을 받아들고 날아갈 듯 기뻤다.

시상품은 16만8000위안(약 2016만원)의 수표.필요한 수속비만 보내면 된다며 삼성 사이트에 들어가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보라는 것이었다.

통지서가 알려준 사이트는 www.sssamsung.com.'삼성그룹 홍콩유한공사'라고 소개된 이 사이트엔 '중국 인민으로부터 사랑받고 중국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라는 삼성의 모토는 물론 중국 삼성본사 박근희 사장의 사진과 인사말까지 있었다.

얼핏 보기엔 짝퉁인지 여부를 판가름하기 힘들 정도였다.

행사 코너에 들어가니 특등상에 92만위안(약 1억1040만원)짜리 BMW 등의 시상내역과 함께 신뢰성을 주기 위해 홍콩상하이은행이 발행한 수표,산시성 복권관리국의 직인,경찰 복장을 한 공증인이 일하는 사진까지 올려 놓았다.

하지만 삼성의 중국 사이트를 접한 적이 있었던 진씨의 눈을 속이지는 못했다.

중국 삼성본사 사이트(china.samsung.com.cn)와 삼성전자 중국사이트(www.samsung.com.cn) 어디에도 비슷한 행사안내가 없음을 파악한 그녀는 베이징에 소재한 중국 삼성본사에 연락해 이 사실을 알렸다.

삼성은 즉각 해당 사이트 폐쇄를 위해 법무팀을 통해 유관기관과 접촉을 시작했고,21일 자체 사이트에 이 같은 사기행각이 있으니 유의하라는 공지를 올렸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중국에서 현대차 이름을 도용해 일반전화나 휴대폰으로 당첨사실을 알린 뒤 현대차의 승용차를 보낼테니 수속비와 보험료 세금 등을 요구한 사기행각을 적발해 대응에 나선 적이 있다.

삼성과 현대차가 타깃이 된 것은 중국 내에서 그만큼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갔음을 방증한다.

삼성은 베이징대에서 발행하는 상업평론지의 소비자 브랜드가치 조사에서 2년 연속 1위를 한데 이어 최근엔 월간지 환구기업가의 10개 대도시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중국에서는 공상은행 등 은행 홈페이지까지 복제하는 등 인터넷과 휴대폰 등을 통한 사기가 늘어나면서 사회 문제화되고 있으며,이 같은 사기행각이 소니 등 다국적 기업 이름을 도용하는 수준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21일 베이징천바오는 벤츠의 가짜 자동차 표지를 12위안(약 1440원)에 판다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