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은 21일 박용성 전 회장과 박용만 전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로써 앞으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 영입,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등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가속도를 내고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수 있게 됐다.

두산측은 이날 1심과 동일한 법원의 항소심 선고와 관련,"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깊이 반성하고 다시 태어나는 기분으로 수익 창출과 이의 사회 환원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두산은 최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구속되면서 오너 일가 항소심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해 왔다.

그러나 재판부의 집행유예 선고로 크게 안도하는 표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재판으로 형제의 난이 매듭지어짐에 따라 두산은 약속한 대로 이른 시일 내에 외국인 CEO를 영입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등의 과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두산은 지난해 11월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이 전격 사퇴한 뒤 유병택 ㈜두산 부회장이 주도하는 비상경영위원회를 발족,지배구조 개선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부거래위원회,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 등 투명경영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에 들어갔지만 외국인 CEO 영입과 지주회사 전환 등 핵심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두산 관계자는 이와 관련,"로드맵은 다 짜놓았지만 재판이 끝나지 않아 그대로 밀어붙이기가 힘든 상황이었다"면서 "재판도 마무리됐으니 지배구조 개선을 신속하게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CEO 영입과 관련해서는 현재 후보자를 2명으로 압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해외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어 해당 회사의 임기 등을 감안하면 가을께나 최종 1명을 낙점,영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3년 내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계열사 간 얽히고설킨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두산이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다시 인수·합병(M&A)전에 뛰어들지도 관심이다.

최근 진로 웨스팅하우스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으나 현대건설 쌍용건설 동아건설 대우조선해양 등이 새 매물로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