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우발적 점거" 주장 설득력 잃어

포항 건설노조원들의 포스코 본사 점거 현장이 공개되면서 `우발적 점거'였다는 노조측 주장과 달리 사전에 치밀히 계획된 폭거였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이같은 증거들에 의해 이번 사건의 성격이 `사전 모의에 의한 중요 시설물 점거'로 규정될 경우 주동자와 적극 가담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2일 연합뉴스 취재팀이 포스코 본사 내부를 돌아본 결과, 건설노조원들이 점거됐던 5∼12층 곳곳에서 이번 사건이 사전에 세밀하게 준비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발견됐다.

초강성인 파업 사수대를 포함해 가장 많은 노조원들이 몰려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5층은 물론이고 각 층마다 엄청난 수량의 쇠파이프, 둔기, 라면, 생수 등이 쌓여 있었다.

특히 11층 임원실 주변의 제2접견실과 사무실 등에만 언뜻 봐도 수백 박스는 될 것 같은 라면, 초코파이, 건빵, 생수 등의 비상식량이 발견됐다.

농성이 계속된 9일간 2천여 명의 가담자들이 먹고 마신 분량까지 감안하면 처음에 건물 안으로 반입한 양은 어느 정도일 지 추량이 힘들 정도다.

경찰은 지난 15일 처음 건물 안에 진압대를 투입했을 당시 1∼3층에서만 생수 100여 박스와 쇠파이프, 각목 등 수백 점을 수거하기도 했다.

이같은 정황을 종합할 때 건설노조는 지난 13일 포스코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에 앞서 별도의 상당수 인원을 동원, 쇠파이프 등 시위 도구와 비상식량을 건물 근처까지 옮겨놨다가 시위대가 건물 안으로 난입하면서 함께 갖고 들어갔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건설노조원들이 포스코 본사를 점거한 직후 주변에 공권력이 배치돼 건물 전체가 외부와 완전 차단됐다는 점에서 이같은 추정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준비한 시위 도구와 비상식량의 양을 볼 때 이번 사건은 절대로 우발적인 것이 아니었다"라면서 "점거 주동자 등을 사법처리 하는데 있어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연합뉴스) 이강일 이승형 기자 leeki@yna.co.krhar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