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처한 국내 식자재 산업에도 희망의 싹은 자라나고 있다.

127개 학교 연합이 공동구매 방식을 통해 6만2000여명의 학생 급식을 안전하게 해결하고 있는 전남 순천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에서도 농협 등과의 제휴를 통해 근본적인 식품 위생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순천시,연간 49억원 지원으로 안전 급식 확보

순천시에선 2003년부터 유례없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학교마다 6∼7개씩 협력업체를 지정,최저가 입찰제도를 통해 식자재를 공급받던 데서 벗어나 287개 학교가 농협에서 모든 농산물을 공동으로 구매하기 시작한 것.그 결과 시행 4년째인 내년엔 순천시 관내 6만2000여명의 학생들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산물만 먹게 될 전망이다.

오세철 농협 산지유통부 차장은 "학교연합이 필요한 식자재 예상 물량을 순천시와 농협에 통보하면 농협은 급식 전용 재배단지를 지정해 재배기술을 지도하고,전처리시설을 통해 용도에 맞게 세척,절단,진공 포장해 학교별로 조리시간 직전에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입찰제 폐지,100% 계약재배라는 원칙을 만드는 데 순천시가 투자한 돈은 기존의 학생 1인당 급식비 지원금액에 500원을 추가한 연간 49억원에 불과했다.

순천시의 사례는 일본의 노하우를 벤치마킹한 것으로,일본은 이미 전국 초등학교 가운데 99.4%가 지방정부·학교·위탁급식업체 간 '3각 급식 연합'을 채택하고 있다.

1979년에 만들어져 지금껏 단 한번도 급식사고를 낸 적 없는 지바현 시로이시의 유아사 쇼우고 학교급식 공동조리장 소장은 "식자재 검수에서 요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매뉴얼화돼 있다"며 "심지어 2개월에 한번씩 조리사의 대변도 검사할 정도"라고 소개했다.

롯데그룹,가공 야채로 단가 20% 절약


2003년 9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롯데그룹과 대관령원예농협 간 제휴도 주목받고 있다.

롯데리아,TGI프라이데이스,롯데마트에 공급되는 샐러드용 야채를 원예농협을 통해서만 조달하고 있는 것.배무환 롯데삼강 차장은 "예전엔 세 회사가 벤더를 끼고 농작물을 흙도 씻지 않은 원물 상태로 사왔는데 구입처를 롯데삼강으로 단일화하고,APC(농산물가공공장)에서 세척·가공·포장한 뒤 바로 먹을 수 있는 형태로 공급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 차장은 "야채를 씻고 다듬을 인력을 감축하는 등 매장 효율을 높인 결과 구입 단가도 20%가량 낮췄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식당들도 제대로 원가 계산을 못해서 그렇지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이처럼 느리지만 의미있는 변화가 국내 식자재 업계에서도 시작됐다.

신세계푸드는 작년에 경쟁 입찰제도를 완전 폐지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업계 최초로 농·축산물 전용 전처리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박동휘·장성호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