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는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인가. 지난 21일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한·미 FTA 2차협상 결과를 점검하고 반대여론 설득 등 대응전략을 논의했다. 한·미 FTA를 둘러싼 의혹과 불신이 수그러들기는커녕 증폭(增幅)되고 있는 터여서 그 어느 때보다 이목이 쏠린 자리였다.

이 회의에서 노 대통령은 FTA 협상에 장애가 되는 소모적인 논란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고, 스크린쿼터 축소 등 이른바 4대 선결조건을 수용했다는 한·미 FTA 비판론자들의 지적에 대해 선결조건이란 표현을 굳이 고집한다면 받아들이겠지만 정부가 부당한 양보를 해 국익을 손상한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미 FTA를 반대하는 쪽에선 정부가 그동안 부인하던 선결조건 수용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며 노 대통령의 발언을 물고 늘어질 태세다. 한·미 FTA에 대한 우리 내부 갈등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걱정이다.

따라서 지금 두려운 것은 미국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아귀다툼이다. 일부 방송사의 잇따른 의혹 제기와 정부 반박을 보면 특히 그런 생각이 든다. 전혀 과학적이지도,건설적이지도 못한 주장이 판을 치고, 멕시코 사례를 아전인수(我田引水)식으로 해석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못해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정부의 책임도 크다. 이제서야 한·미 FTA 국내팀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벌써 했어야 할 일이다. 정부가 얼마나 설득과 홍보에 소홀했으면 한국은 좋은 실험재료라는 등 한·미 FTA를 두고 일부 일본인들이 내뱉는 냉소적 얘기에 국민들이 더 귀를 기울이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는가.

정부 내부도 문제다. 얼마전 한명숙 국무총리는 협상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했다. 과연 그게 국무총리가 할 발언이었고,또 그 시점은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약값 적정화 방안은 FTA 협상 대상이 아니라며 미국을 비난했다. 약값 적정화는 물론 중요한 과제지만 국가 전체를 생각해야 하는 국무위원이기도 하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협상팀의 힘을 빼놓는 일이 더는 반복돼서는 안된다. 노 대통령은 한·미 FTA에 대해 리더십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래야 한·미 FTA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을 국민들이 믿게 될 것이고 갈등(葛藤)도 극복해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