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들이 올 들어 주식시장 조정국면을 이용해 계열사 교통정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지주회사나 지주회사격인 업체를 정점으로 수직계열화 체제를 갖춰가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그룹사들이 계열사 간 합병이나 보유지분 이전 등 출자구조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들을 업종군으로 나눈 뒤 지주회사가 업종군을 대표하는 핵심 계열사의 지분율을 높이거나 계열사들끼리 상호출자했던 지분을 지주회사가 직접 보유하는 사례가 많다.




최근 상장업체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자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비상장사를 통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키우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코오롱은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에 나서는 대표적인 사례다.

코오롱은 최근 조정장을 이용해 계열사를 건설·서비스 화학 패션·첨단소재 등 3개군으로 묶는 작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코오롱은 우정힐스CC를 운영하는 그린나래를 별도법인으로 분리,지난 6월 초 그린나래 지분 50.1%를 코오롱건설에 몰아줬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코오롱정보통신과 코오롱인터내셔널을 코오롱아이넷으로 통합했다.

이를 통해 건설·서비스 부문을 코오롱건설과 코오롱아이넷의 양대체제로 재편하고,코오롱이 이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화학부문에서는 코오롱이 코오롱유화의 보유지분을 42.5%로 크게 늘리고,코오롱유화가 나머지 화학업종 계열사들의 지분율을 늘려나가고 있다.

동원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이달 초 232억원을 들여 동원F&B가 갖고 있는 동원산업 주식을 전량 사들였다.

동원엔터프라이즈의 동원산업 지분율은 35.83%에서 59.24%로 늘어나게 됐다.

동원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계열사끼리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양사에 대한 직접 지배권을 강화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CJ도 지난 11일 해찬들을 흡수합병하고 25.3%였던 CJ GLS 지분을 45.4%로 늘리는 등 계열사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홍콩에 지주회사를 설립해 해외 자회사들도 한데 묶었다.

㈜LG와 현대엘리베이터도 올 들어 각각 핵심계열사인 LG화학현대상선의 지분율을 높여나가고 있다.

STX그룹과 동양그룹은 오너 지분율이 높은 비상장 업체를 통해 계열사의 지분율을 높여가고 있다.

STX는 STX엔진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 매입과 증자 참여로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한편으로는 비상장 계열사인 STX건설이 STX의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또 동양그룹은 지주회사격인 동양메이저의 그룹 지배력을 줄이고 현재현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동양레저를 통해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

한 지주회사의 경영기획팀 관계자는 "기업체들은 지난 2년여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오던 증시가 올 들어 조정을 보이자 지주회사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적기로 보고 있다"며 "이 기회를 이용해 계열사 지배력을 높이고 적대적 M&A 방어막도 굳히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