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權錫 < 기업은행장 kskang1@kiupbank.co.kr >

'酒香不 巷子深(주향불파항자심·술맛이 좋으면 골목이 깊은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즉, 술맛만 좋으면 아무리 찾기 어려운 깊숙한 골목에 있어도 손님은 끊이지 않고 찾아온다는 중국의 속담이 있다.

기왕에 먹을 밥, 기왕에 마실 술, 좀 더 맛있고 분위기 좋은 곳을 찾아가는 것은 당연지사다.

필자도 예전에 어찌어찌해서 좋은 맛집을 발견하면 친한 지인(知人)들에게 소개하는 재미가 쏠쏠했던 적이 있었다.

과천에 근무할 때로 기억된다.

한번은 등산을 갔다가 하산하는 길에 산 속 외딴 곳에 있는 허름한 보리밥집을 발견했다.

겉보기와는 달리 반찬이 정갈하고 맛이 하도 좋아서 그 이후로 자주 들르기도 하고 친구나 동료들에게 적극 소개하기도 했다.

나로 인해 입소문이 난 그 보리밥집은 나날이 장사가 잘되었고 어쩌다 한번 찾아가면 마치 무슨 은인이 온 것처럼 융숭한 대접을 하곤 했다.

몇 년 전부터 전국의 맛집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유명하다는 맛집은 대부분 방송을 타게 되었다.

한국인 특유의 대중 매체에 대한 신뢰도를 감안한다면 방송에 소개된 맛집으로 손님이 몰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이런 현상을 국내 어느 연구기관에서는 '큐레이터(curator) 소비'라고 규정하고 있다.

어디가 맛있는 집인지 직접 맛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소비자들에게 TV가 유용한 큐레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을 탄 맛집이라도 막상 찾아가 보면 생각보다는 별로였다는 반응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방송에 소개된 맛집의 음식이 정말 맛있는지 다시 평가해 주는 사람들도 생겨나게 되었다.

심지어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 소개되지 않은 집'이라는 플래 카드를 내세우고 영업하는 집들도 있다고 한다.

필자가 뉴욕 영사관 재정경제관으로 근무할 당시 중요한 손님 접대가 있을 때 미국 내 유명 레스토랑을 평가하여 순위를 매긴 재겟(Jagat)이라는 잡지에서 많은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재겟 가이드는 레스토랑의 음식 맛,실내 장식,가격,서비스 등 4개 항목을 소비자에 대한 철저하고 객관적인 서베이를 바탕으로 등급을 매겨 발표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가 대단함을 느꼈다.

오랫동안 근무했던 과천을 떠나 서울 시내에서 은행장으로 근무하면서 특별한 약속이 없는 날에는 어디 가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될 때가 종종 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즐거운 스트레스일 수도 있겠지만 재겟 가이드처럼 정말 맛있는 곳을 제대로 소개해 주는 책자가 하루속히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면 직장인들의 고민도 덜어질 뿐만 아니라 세계 속의 대도시인 서울의 관광 산업이 더욱 활성화되면서 소비 회복과 지나치게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식당 업종에 자연스러운 구조조정도 일어나고 경기를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