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휘발유 소매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오토바이와 스쿠터,자전거는 물론 유전개발장비의 운송수단으로 사용되는 헬리콥터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휘발유값이 갤런당 3.5달러를 넘을 경우 소비 패턴이 완전히 바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런드버그서베이는 미국 전역의 7000개 주유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보통 휘발유 가격은 평균 갤런(3.78ℓ)당 3.015달러로 나타났다고 2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했던 작년 9월 이 회사가 조사한 갤런당 3.012달러를 뛰어넘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최근 중동 사태와 이란 핵문제 등으로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소매가격에도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런드버그서베이는 설명했다.

휘발유값이 미국인들의 '인내 임계점'이라고 불리는 갤런당 3달러를 넘어서면서 기름값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가열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상당한 속도를 낼 수 있지만 기름값은 적게드는 오토바이와 스쿠터의 사용 증가.

미 오토바이협회(MIC)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중 오토바이 판매 실적은 전년동기에 비해 11%,스쿠터 판매 실적은 19.7% 각각 증가했다.

오토바이와 스쿠터의 판매량은 1990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기 시작,2003년 100만대를 넘어섰다.

유가가 급등했던 작년엔 111만6000대가 판매됐으며 올해 판매량은 더욱 늘고 있다.

기름이 전혀 들지 않는 자전거의 인기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전거는 작년에 1980만대가 팔려 전년보다 6.5% 늘었다.

올 상반기 중에는 작년동기에 비해 10.9% 판매가 급증했다.

전미 자전거타기운동본부의 빌 윌킨슨 회장은 "현재의 추세로 보면 휘발유값이 갤런당 3.5달러를 넘어서면 오토바이 스쿠터 자전거로의 쏠림 현상이 극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고유가는 헬리콥터 업계에도 호황을 몰고 왔다.

석유회사들이 유전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굴착장비 등을 운반하는 수단인 헬리콥터의 수요가 늘고 있는 덕분이다.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의 자회사인 시코르스키사의 경우 작년에만 800만달러 하는 헬기를 49대 팔았다.

이 중 3분의 2가 유전개발용 헬기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대중교통 이용도 크게 늘고 있다.

LA의 경우 올 들어 전철 및 기차 이용객이 11%,버스 이용객은 7% 각각 증가했다.

전기로 작동하는 골프카트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지난 6월의 경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등 대형 자동차를 주로 생산하는 GM의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동기에 비해 26% 감소했다.

포드와 다임러크라이슬러도 각각 6.9%와 13% 줄었다.

반면 중소형차와 하이브리드차량을 많이 파는 도요타는 중소형인 코콜라 판매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14.4%의 판매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렇듯 자동차에 대한 선호도가 달라지자 GM과 포드도 하이브리드차량을 조기에 생산키로 하는 등 대형차 위주 전략에서 벗어나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