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시장이 침체되면서 신규 아파트를 선분양 방식에서 일단 건물을 어느 정도 짓고 난 이후 청약받는 '후분양제'로 전환하는 주택업체들이 늘고 있다.

후분양 방식의 경우 개발업체와 시공사가 땅값·공사비 등을 먼저 준비해 놓고 사업을 진행하는 데 따라 업체들의 초기 부담이 크지만 분양시장 냉각기를 피해 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수요자들도 모델하우스만 보고 집을 사야 하는 선분양제에 비해 실물을 직접 보고 계약할 수 있어 호응도가 높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여기에 주택금융공사가 지난 10일부터 후분양제의 조기 정착을 위해 PF(프로젝트 파이낸싱·사업자금 대출) 보증 한도를 60%에서 70%로 확대하는 등 정부가 정책 지원을 늘리고 있는 것도 후분양제 증가에 한몫 하고 있다.

24일 주택업계와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현재 주택금융공사의 PF 보증을 받아 후분양을 준비 중인 단지는 모두 6곳에 이른다.

작년 하반기에는 2곳,올 상반기에는 4곳이 이 제도를 활용해 후분양에 나섰다.

문정봉 주택신용보증부 팀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후분양제 도입 단지가 거의 없었는데 올 들어 후분양에 따른 PF 보증 여부를 묻는 전화가 크게 늘었다"면서 "분양 시장이 침체되면서 중견 건설업체들이 특히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후분양을 도입한 한일건설 신성건설 일신건영 등은 모두 이번이 첫 경험이다.

한일건설 관계자는 "준공 후 품질을 우려해야 하는 선분양과 달리 후분양은 수요자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어 분양성이 높을 것"이라며 "특히 호남권 첫 사업지인 광주에서 수요자들에게 회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후분양을 택했다"고 말했다.

선분양에서 계약률이 저조해 후분양으로 돌린 경우도 있다.

이상철 신원종합개발 이사는 "지난 4월 경북 문경에서 분양한 신원아침도시 단지의 계약률이 낮아 후분양으로 전환했다"면서 "PF로 초기 공사비를 마련하고 기존 계약자들에게는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 경기 용인에서 460가구를 후분양할 예정인 금광기업 허봉환 주택사업팀장은 "주택금융공사가 보증을 서 줘 PF를 받게 되면 초기 사업비 부담이 50~60% 정도 줄어든다"며 "시공·시행사가 부도 났을 때에 대비해 지급 보증을 설 필요도 없어 자금 운용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