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이드 랜디스(31·미국)가 고관절이 썩어가는 고통 속에서도 '투르 드 프랑스' 정상에 올라 사이클 팬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겨 줬다.

랜디스는 24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 소 안토니-파리 샹젤리제에서 펼쳐진 제20구간 154.5km를 3시간57분에 주파해 합계 89시간39분30초를 기록,오스카 페레이로(스페인)를 57초 차로 따돌리고 우승해 3주 동안 3657.1km에 걸친 지옥의 레이스를 끝냈다.

랜디스는 '2006 투르 드 프랑스' 도중 자신이 엉덩이 부상 속에 레이스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 사이클계를 놀라게 했다.

그가 앓고 있는 병은 '대퇴골두 괴사'.고관절을 이루는 뼈 가운데 하나인 골소주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썩어가는 증세를 말한다.

랜디스는 3년 전 가파른 내리막길을 주행하는 훈련을 하다 오른쪽 엉덩이 뼈가 부러졌다.

세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고관절이 썩어갔다.

다리를 굽히는 것조차 고통스러워 신발도 신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했지만 랜디스는 극심한 고통을 이기며 3657.1km의 레이스를 완주하고 우승까지 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1위를 달리다 하루 만에 11위까지 추락해 그 누구도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절망적인 상황에서 얻은 승리라 더욱 빛이 난다.

1위보다 8분여 뒤처져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지만 랜디스는 포기하지 않았고 다음날 1위와의 격차를 30초로 줄이며 3위로 뛰어오르는 '알프스의 기적'을 보여주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 카운티에서 태어난 랜디스는 투철한 신앙과 엄격한 규율을 강조하는 개신교의 한 종파인 '메노파(Mannonite)' 공동체에서 자랐다. 부모는 아들이 스포츠에 매달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랜디스는 한밤중에 몰래 집을 빠져 나와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

랜디스는 곧 엉덩이 뼈를 교체하는 수술을 받을 예정인데 수술 후 다음 투르 드 프랑스에 출전할 수 있을지 사이클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랜디스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버린 적이 없다.

수술받은 뒤 내년에 꼭 다시 돌아와 옐로 저지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