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에 걸친 도하라운드를 살리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간주됐던 G6 각료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국제 무대에서 다자간 무역협상은 상당기간 후퇴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그동안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던 주요국간 농업보조금 문제 등이 전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향후 추가 협상 가능성마저 극도로 낮아졌다.


◆ 왜 깨졌나

농업보조금과 관세를 둘러싼 각국 간 견해 차이가 협상 결렬의 원인이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은 미국에 농업보조금을 삭감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한 반면 미국은 이들 국가가 보조금 삭감 이전에 농산품 관세를 내려야 한다며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브라질 인도 등 개발도상국도 농업보조금 농업관세 광공업품 관세 등을 둘러싸고 선진국과 첨예한 마찰을 빚었다.

사실 농업보조금 삭감과 관세 인하를 둘러싼 각국 간 줄다리기는 언제나 도하라운드의 발목을 잡아왔다.

G6는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5차 각료회의와 2005년 홍콩 회의에서도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지난 15~17일 러시아에서 열린 G8 정상회담에선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기도 했지만 역시 해법은 등장하지 않았다.

미국 EU 일본 호주 브라질 인도 등 6개국 협상대표들은 결국 지난 23일 14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에 이어 24일에도 회의를 속개하고 도하라운드의 마지막 회생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이번에도 제자리 걸음만 했다.

특히 미국은 각국으로부터 협공받고 있는 농업보조금 삭감 문제에서 별다른 융통성을 보이지 않아 '교섭 결렬의 주범'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피터 만델슨 유럽연합 무역담당집행위원은 "미국만이 협상에서 유연함을 보이지 않았다"며 "협상 실패에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 앞으로 어떻게 될까

현재로선 도하라운드를 되살리기가 사실상 힘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은 "당초 28,29일 추가 협상 일정을 잡았었지만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협상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고 선언했다.

무역 소식통들 사이에선 "(대표격인) G6가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더 많은 회원국이 모여봤자 합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셀소 아모링 브라질 외무장관도 "G6 각료협상 결렬은 (도하라운드에) 심각하고 중대한 퇴보"라고 개탄했다.

카말 나스 인도 통상장관은 도하라운드 협상을 다시 시작하는데 수개월 혹은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농업·서비스·공산품의 무역장벽 축소를 통한 무역 자유화 등을 목적으로 2001년 시작된 도하라운드는 애초 2004년이던 시한을 2006년 말로 연장했음에도 아무런 성과없이 막을 내릴 위기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G6 회의에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함에 따라 연말까지 도하 협상이 최종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미 의회가 협상촉진을 위해 행정부에 부여한 신속협상권(TPA)이 내년 6월 말로 효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새롭게 협상을 시작할 시간적 여유가 없고 그 이후에는 사실상 협상이 동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전 슈왑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여전히 "다자 간 무역협상 체제에 전념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도하라운드가 막판에 기사 회생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또 각료 협상 결렬은 WTO 회원국들이 무역문제에 대한 불만을 (도하라운드가 아닌) WTO를 통해 해결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할뿐이라고 말해 각료 협상 결렬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