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와 온라인음악업체들이 디지털저작권관리(DRM) 호환 문제를 놓고 끝없이 다투고 있다. 맥스MP3 벅스 쥬크온 등이 가입한 디지털뮤직포럼이 SK텔레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지 1년이 다 되도록 진전이 없다. 음악업체들은 이통사들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분쟁의 근원은 호환이다. 음악 사이트에서 음악 파일을 내려받아도 DRM이 다른 휴대폰이나 MP3플레이어로는 들을 수 없다. 가령 SK텔레콤의 '멜론'에서 내려받은 파일은 SK텔레콤 가입자 휴대폰이나 삼성 MP3플레이어로만 들을 수 있다. 음악업체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파일은 어떤 휴대폰으로도 들을 수 없다.

간단히 말하면 DRM 기술표준이 없는 게 문제다. 그러나 음악업체들은 '멜론''도시락' 등 자체 음악포털을 가지고 있는 이통사들이 다른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음악을 휴대폰으로는 듣지 못하도록 DRM을 폐쇄적으로 운영한다고 주장한다. 또 이렇게 함으로써 소비자 권익을 침해한다고 비판한다.

DRM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파일을 무단으로 복제하지 못하게 하는 불법 복제 방지 프로그램이다. 음악업계는 지난 5월 정보통신부에서 열린 관련 업계 회의에서 DRM 호환을 요구했고 이통사측이 이달 말까지 이행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호환의 시기와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약속한 바가 없다고 맞선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호환에 대해 아직 논의 중이고 불법 복제 방지 등 안정성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DRM 호환 문제는 이통사로선 급할 게 없다. '멜론''도시락' 등 자기네 음악포털에서 음악 파일을 내려받으면 휴대폰으로 듣는 데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음악업체들로서는 시일을 끌수록 가입자 이탈이 늘어나 다급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소비자 편익'까지 들먹이며 이통사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맥스MP3 관계자는 "음악을 MP3플레이어로 듣는 사람은 점점 줄고 휴대폰으로 듣는 사람은 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다른 음악포털에서 구입한 음악을 휴대폰으로 들을 수 없다면 이통사 음악포털로 옮겨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엇갈려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정통부가 나서 지난 20일까지 중재안을 내놓기로 했다. 그러나 양측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협상에 아무런 진전이 없다. 정통부 역시 중재안을 내놓지 못했다.

이통사들은 불법 복제를 막는 게 중요하다고 얘기하고 음악업체들은 소비자 편익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디서나 통용되는 표준을 만들면 불법 복제도 막고 소비자 편익도 높일 수 있다고 얘기한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