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개성공단사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공단건설 시행사인 한국토지공사가 공단 입주 수요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올 하반기에 예정된 1단계 본단지 24만평 분양을 앞두고 입주 수요 감소로 '미분양 사태'가 우려되는 데 따른 것이다.

토지공사는 개별 업체 및 섬유협회 기계진흥회 등 업종별 단체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개성공단 입주 실수요 조사를 지난 24일부터 시작했다고 밝혔다.

토공과 함께 개성공단 분양업무를 맡은 기협중앙회도 지난 5월 분양 관련 설명회에 참석했던 업체들과 조합들을 대상으로 자체 수요조사에 들어갔다.

토공 관계자는 "북한 미사일 발사 등으로 개성공단사업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상황이어서 미분양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조사 결과 입주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날 경우 분양 시기를 늦추고 신청 자격을 완화하는 등 분양 계획을 재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진출 포기 움직임

토공 등이 긴급 수요조사에 착수한 것은 최근 개성공단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악화되면서 개성공단 진출을 포기하거나 보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서구에서 창고를 빌려 여성의류를 만들고 있는 A사 대표는 "오래 전부터 개성공단 입주를 추진해 왔으나 북한 사업의 위험 부담이 커져 포기했다"며 "대신 중국 진출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말했다.

동대문시장 의류업체들의 개성공단 공동 입주를 추진해온 박근규 의류판매업조합연합회장도 "미사일 사태 이후 입주 희망업체들의 의욕이 위축되는 분위기"라며 "하지만 우리 회원사들로서는 개성공단 외에는 별다른 대안도 없어 상황이 호전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겉으론 평온,속으론 불안'

이미 개성공단에 입주한 업체들에 따르면 개성공단 현장은 미사일 사태 이후에도 예전과 다를 바 없는 분위기다.

시범단지에 입주한 13개사 공장은 모두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고 1단계 본단지 공장부지에서는 땅을 고르고 철심을 박는 작업이 한창이라는 것.

시범단지에 입주해 있는 문창기업 관계자는 "가을 상품들을 준비하느라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공장 안에는 예전처럼 농담도 오가고 북한 근로자들도 동요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수면 위로 불거지지 않았을 뿐 입주업체들의 불안감도 감지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체 임원은 "개성공단 공장에 발주한 남측 회사들이 납기 내 물건이 들어오지 않으면 어쩌냐고 우려하고 있다"며 "이 같은 우려가 발주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1단계 본단지 입주 예정 업체 가운데 공장 착공이나 설비 이전을 주저하는 업체들도 나타나고 있다.

한 입주 예정 업체 관계자는 "주위에서 '남북 정세가 이런데 옮겨도 되겠느냐,추세를 지켜보라'는 충고를 많이 해 설비 이전 시기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태형·김현지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