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는 2008년부터 주택청약제도가 가점제로 전환될 예정입니다.

나이가 많고, 무주택기간이 긴 청약통장 가입자가 높은 점수를 받아 아파트당첨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는데요.

하지만, 유주택자들과의 형평성문제와 2008년까지 분양시장 침체 등 풀어야할 과제가 적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먼저, 청약제도 개편안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그리고 청약 가점제가 무엇인지 정리해주시죠.

[답변]

오는 2008년부터 주택 청약제도가 현행 추첨식에서 가족 수와 무주택 기간, 가구주 연령에 따라 가중치를 반영해 점수로 당첨자를 가리는 가점제로 바뀝니다.

이번 제도는 공공택지내 전용 25.7평 이하 주택에 우선 적용되며 2010년부터는 가점항목에 가구 소득, 부동산 자산 등이 추가돼 민간주택에까지 확대될 예정입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어제(25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공청회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건설교통부의 용역 과제 '주택청약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개편안에 따르면 현행 예.부금 가입자의 청약제도를 가구주 연령과 무주택 기간, 통장 가입기간과 부양가족 등 4개 항목을 감안한 가점제로 변경합니다.

각 항목은 단계별로 1-5점이 부여되며 여기에 가구주 연령 20, 부양가족 35, 무주택기간 32, 가입기간 13의 가중치를 둬 이를 곱해 총점을 산출한뒤 점수에 따라 당첨자를 가리는 방식입니다.

또, 개인 자산 전산화가 완료되는 2010년부터는 가구소득과 5천만원 이상 부동산 자산도 가점 항목에 포함됩니다.

공공택지내 25.7평 초과 주택은 현행 채권입찰제로 하지만 2008년부터 동일 순위내 경쟁이 있을 경우 부양가족과 무주택기간, 통장가입기간으로 순위를 가리는 가점제를 일부 적용합니다.

그리고, 가점제에서 동일 순위 동점자가 나오면 가구주의 주민등록상 생년월일에 따라 당첨 순위가 가려집니다.

연구원측은 "가점제가 도입되면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공급이 확대되고 과도한 청약경쟁에 따른 주택시장의 혼란을 방지하는 한편 청약가입자와 금융기관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건설교통부는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여론 수렴을 거쳐 10월까지 정부안을 확정한뒤 '주택공급 규칙'을 개정, 2008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09년에 분양하는 송파신도시를 비롯해 2008년 이후에 주택을 공급하는 신규택지에는 바뀐 청약제도가 적용될 예정입니다.

[질문]

이번 제도가 무주택 가구의 내집마련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주택구입능력이 없는 계층에 과도한 인센티브를 부여했다는 점과 일부 세대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답변]

이번 가점제의 시행으로 청약을 통해 25.7평 이하 주택을 장만하려던 예.부금 가입자간 희비가 엇갈리게 됐습니다.

가중치로 볼때 부양가족 수가 많고 무주택 기간이 긴 통장가입자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해진 반면 핵가족의 도시근로자, 신혼부부는 불리해졌기 때문입니다.

가구소득과 부동산자산까지 가점항목에 포함되면 맞벌이 부부, 소형이라도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주는 당첨기회가 더욱 줄어듭니다.

청약가점제는 지나치게 저소득층, 무주택자에게 초점을 맞추다보니 현실성이 다소 떨어져 보입니다.

저소득, 무주택 계층의 주택 마련기회를 늘린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 중에서 평당 1천만원을 넘는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층이 얼마나 되는냐도 문제입니다.

때문에 국민임대나 공공주택이 필요한 계층에 과도한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실제 주택구입의 실수요층이 30,40대 중산층의 당첨기회가 줄어들었다고 지적하는 것입니다.

또 가점 계산이 지나치게 세분화돼 수요자들이 계산하기에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537점이 만점으로 아파트 당첨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는 430점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요자들의 경우, 자칫 자기 점수를 잘못하면 재당첨금지 요건에 해당돼 최장 10년까지 청약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습니다.

[질문]

가점제 도입은 청약시장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것인데요. 형평성 논란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죠.

[답변]

정부가 28년간 이어져오던 청약제도를 대폭 손질하기로 하면서 아파트 청약방식과 이에 따른 시장 환경 변화도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과거 추첨제의 경우 운좋은 사람이 아파트에 당첨돼 시세차익을 올리던 시대는 사라지게 된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들의 당첨확률이 높아진 것에 대해서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기존의 청약제도는 '로또복권'이나 다름없었는데, 무주택자와 부양 가족이 많은 사람 등을 우선 배려한 점은 실수요자 보호 차원에서 볼 때 취지는 좋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집이 한 채라도 있는 유주택자의 경우 청약통장을 활용한 갈아타기가 힘들어지면서 형평성 논란이 커질 전망입니다.

투자 목적이 아니라 20평형대에서 30평형대로 평수를 늘려가려던 '실수요자'의 당첨기회가 박탈되기 때문입니다.

공공택지뿐 아니라 민간택지에까지 가점제를 적용키로 한 것은 가혹한 처사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가점제 적용에 따라 무주택 우선공급 제도가 없어질 전망이어서 부양가족 수나 부동산 자산 등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만 35세 이상 무주택자의 경우 불만이 커질 전망입니다.

그동안 우선공급 적용을 기다리며 만 35세가 될 때까지 청약을 미뤘던 사람들의 반발이 우려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가구소득을 가점제 기준에 포함시켜 정확한 소득을 알기 어려운 자영업자와 일반 직장인의 형평성 문제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한 전문가는 "직장인 소득은 유리알이지만 전문직 종사자나 자영업자은 어떻게 소득을 파악할 지 의문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행정적 보완책이 없다면 낙첨자를 중심으로 형평성 시비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채권입찰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의 중대형 평형에 가점제를 적용하는 문제도 논란거립니다.

한 전문가는 "중소형은 서민들을 위해 차등화하더라도 중대형은 풀어줘 투자수요의 '퇴로'를 만들어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질문]

업계와 시장의 반응은 어떤가요?

[답변]

건설업계는 청약제도 개편이 2008년까지 당분간 청약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 재건축.재개발(뉴타운) 분양은 물론 2009년 이후 서울 송파신도시를 비롯해 파주.김포.수원 광교신도시 등 공공택지 분양이 줄줄이 대기중이어서 이들 지역 청약 수요자들은 청약전략을 다시 짜야 합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청약시장의 일부는 집이 있는 투자 수요나 대체 수요가 이끌어갔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며 당첨확률이 낮은 사람이 청약을 포기한다면 비인기지역의 경우 미분양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수도권 외곽과 지방 등 비인기지역의 공공택지는 분양이 힘들어지고, 이 경우 택지공급이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통장 가입기간이 긴 무주택자의 인기지역 선호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전망입니다.

김홍배 주택건설협회 부회장은 "비인기지역은 외면받고, 인기지역은 청약자가 쏠리는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며 무주택자들이 제도가 시행될 2008년 이후로 청약를 미룰 경우 올해부터 내년까지 청약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정부가 20여년만에 손을 대는 주택 청약제도.

집값안정과 내집마련 기회 확대 등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형평성논란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미세조정이 없는 한, 청약을 앞둔 수요자들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권영훈기자 yhkwo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