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정부에 소재한 석유화학제품 생산업체 A사는 한 달에 평균 서너차례씩 '푸닥거리'를 한다.

노동부나 소방서 등 관내 행정기관에서 각종 실태조사를 나오기 때문이다.

'위험물안전관리법' '산업안전보건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 등 서로 다른 법률에 근거한 조사라지만 내용은 엇비슷하다.

이 회사 사장 김모씨(52)는 "조사가 나올 때마다 행여 책 잡힐 일은 없는지 보통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고 호소했다.

그는 "전에는 실태조사를 하러 온 공무원의 권위적인 자세 때문에 취조를 받는 기분도 들었는데 그나마 최근엔 많이 개선된 편"이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들을 더욱 번거롭게 하는 건 시도 때도 없이 걸려와 각종 통계나 자료를 요구하는 전화들이다.

김 사장은 "통계청 등 각종 정부기관을 대행해 정책자료를 만들거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전화들이 짜증스러울 정도로 많이 온다"며 "금방 내줄 수 있는 통계는 별 문제 없지만 시간과 노력을 들여 새로 만들거나 작성해야 하는 자료를 요구할 때는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통계 자료 요구가 하도 많아 전담 직원을 둘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회사처럼 중소제조업체들은 정부의 각종 행정조사나 통계조사,연구목적이나 정책 입안을 위한 조사에 상당한 경영 외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종업원 5~299명인 중소제조업체 270개를 대상으로 경영 외적 부담실태에 대해 조사,1~3순위 응답을 종합한 결과 '법률에 근거한 행정보고사항(23.4%)'이 중소기업에 경영 외적으로 가장 큰 부담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은 '정부승인 통계조사(20.6%)','행정기관의 회사방문(17.8%)','정부 미승인 조사(17.3%)' 등의 순이었다.

경영 외적인 부담을 순위별 응답으로 보면 중소기업들은 1순위 응답으로 '준조세성 경비지출(29.4%)'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행정보고사항(27.5%)','행정기관의 회사방문(16.7%)' 등이 뒤를 이었다.

또 2,3순위 답변으로 기업들은 각각 '정부승인 통계조사(26.9%)','행정보고사항(26.4%)'을 가장 많이 들었다.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한 가구업체 사장은 행정조사 및 보고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각 행정기관들이 동일한 사안과 시설에 대해 중복적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있어 기업의 불편과 조사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행정조사 중에는 법에 실시근거가 없는 것들도 많지만 그렇다고 조사를 거부할 수도 없는 게 중소기업들의 입장"이라며 "때로는 영업 비밀에 속하는 내용을 밝히도록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각종 행정기관들이 지나치게 많은 행정조사를 실시해 중소기업들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정부는 중복조사 제한,절차 간소화,기업의 자율신고제 도입,준조세성 부담 경감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