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6 재.보궐선거는 열린우리당 참패-한나라당 압승으로 끝난 5.31 지방선거 이후의 민심 향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였다.

지방선거 후 자성과 변화를 기치로 지지율 제고에 안간힘을 써온 여당과 잇단 '사고'로 당내외 비판을 받은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냉엄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여야 할 것없이 지도부가 동원돼 막판까지 총력전을 펼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여야의 표심잡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거결과는 한마디로 여야 모두에 패배를 안겨줬다고 평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민심을 얻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민생경제 활성화에 올인하겠다던 여당은 지방선거 후 팽배한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후보 감싸기' 등 구태가 겹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수해지역 골프로 곤욕을 치른 한나라당은 "선거승리로 오만해졌다"는 비판여론이 확산되면서 지지율이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게다가 여야는 선거전 내내 네거티브 전략으로 일관했다. 결국 국민의 축제가 돼야 할 선거가 정치인들만의 '요란한 잔치'로 끝나고 말았다. 그 어느 때보다 낮은 투표율이 한층 깊어진 국민의 정치불신과 이에 따른 무관심을 반증한다.

이 같은 비판적 평가 속에 이번 선거는 두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남겼다. 우선 2년 전 민주당 대표로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조순형 후보(성북을)가 여당의 집중포화와 제3당 후보라는 한계 속에서도 예상외로 선전한 대목이다. 이는 탄핵문제가 더이상 중요한 선거이슈가 될 수 없음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야당 일각에서 "탄핵에 대한 정당성이 일정 부분 인정된 셈"이라는 주장까지 내놓을 정도다.

특히 '반노(反盧.반 노무현 대통령).비(非)한나라당' 세력의 결집으로 요약되는 향후 정계개편 가능성이 이번 선거를 통해 엿보인 점도 주목거리다. 성북을 선거에서 국민중심당 이인제 의원과 장기표 새정치연대 대표,김진홍 뉴라이트연대 상임고문 등이 조순형 후보를 적극 지원했다. 당적을 뛰어넘어 '반노.비한 연합군'의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것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정치권에서 가장 현실적인 안이라는 평가를 받는 정계개편 방향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심각한 무력감에 빠져있는 여당 내에서는 노 대통령과 결별한 뒤 민주당,국민중심당,고건 전 총리세력 등이 연대하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벌써부터 정치권 일각에서는 "선거 후 정계개편 흐름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