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한 회사가 어느 정도 규모로 성장하면 자연히 부딪히는 문제가 있다. 바로 '사람'이다. 창업주 한 사람이 혼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회사가 커지면 같이 회사일을 의논할 인재에 대한 갈증이 심해지게 돼있다.

기업들이 이제까지 해온 방식은 주로 외부 수혈이었다. 대기업에서 간부를 지낸 베테랑을 스카우트하기도 하고 '일류' 대학을 나온 젊은 인재를 많이 뽑았다. 중견으로 크는 기업의 사장들을 만나보면 이런 것이 가장 큰 자랑이다.

변화 빠른 이 시대에는 그러나 그 이상의 것을 생각해야 한다. 밖에서 오는 사람이 바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시킬 일'을 명확히 해야 하고,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도 차세대 인재를 기를 준비를 해야 한다. 특히 회사가 바라는 인재상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인재상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지금처럼 저성장 시대에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고객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직종이든 어떤 직급이든 간에 고객을 잘 아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왜 고객이 그토록 중요한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고객이 우리의 서비스를 사고,우리의 상품을 사기 때문이다. 아무리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해도 고객들이 필요로 하지 않는 것들이라면 만들어봐야 아무 소용없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잡아내야 그런 상품을 만들 수 있고,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수치화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최대의 고객을 잡을 수 있는 가격도 매길 수 있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 같지만 고객에 관한한 기업들의 태도는 여전히 '공급자'적이다. 만들어서 던지면(push) 팔릴 것이라고 막연히 믿고 있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고객만족경영 부서를 둔 회사조차도 친절 서비스에 치중하고 고객들의 불만 처리에 한정된 활동을 하고 있다. 서비스나 불만처리는 사실 사후적인 문제일 뿐이데도 말이다.

인터넷 시대를 벤처기업들이 앞서 개척한 데는 사실 이런 고객지향성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인터넷 상거래 업체를 예로 들면 하루종일 '고객들이 어떤 새로운 상품을 많이 고를까'라는 문제의식만 갖고 회사 홈페이지를 모니터하는 전담 직원이 있을 정도다. 포털이나 게임 사이트의 경우는 실제 고객의 입장에서 경험해보고 실험해서 '유저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개선에만 매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사실 누구나가 고객이기도 하기 때문에 전문가가 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동차 판매왕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미국인 조 지라드가 주장한 것 중에 '250 법칙'이란 것이 있다. 그는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평균 낸 뒤 보통사람이라도 250명 정도에게는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고객 1명을 만족시키면 250명의 잠재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 불만 고객 한 명 때문에 그만한 숫자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굳게 믿은 지라드는 한명 한명에게 최선을 다해 세일즈왕이 될 수 있었다.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서비스를 내놓는 혁신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그래서 고객 전문가를 우대하는 기업 문화를 만드는 작업이 긴요하다. 경쟁사나 과거의 실적에는 눈을 감고, 시장 자체의 흐름을 읽어내려는 시장중심적 태도가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