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이중대표소송제가 시행될 경우 국내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전력 통신 방위산업 등 국가 기간산업체들도 무더기로 소송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모든 자회사를 상대로 이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투기적 해외펀드나 적대적 기업사냥꾼 등에 의해 국가 기간산업이나 기업체들이 공격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540개에 달하는 국내 30대 민간그룹과 주요 공기업들의 비상장 자회사들 중 절반에 해당하는 264개 기업이 이중대표소송을 당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대표소송은 자회사 이사가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해당기업 주주가 아닌 모회사의 주주들이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소송제기 요건은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 50% 이상을 소유하고 있어야 하며 소송을 제기하는 측(원고)은 모회사 지분의 1% 이상을 갖고 있어야 한다.

전경련은 이중대표소송제도가 도입될 경우 지주회사 개편과 전략적 제휴 확대 등 정부의 구조조정촉진 정책에 따라 경영구조를 개편한 기업들이 이중대표소송의 위험에 더욱 시달릴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지주회사체제를 갖고 있는 LG그룹의 경우 총 19개의 비상장계열사 중 13개,사업별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분사를 많이 한 풀무원은 20개의 자회사 중 16개가 소송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그룹별 소송 대상기업수를 살펴보면 SK가 28개로 가장 많고 삼성(18개) 풀무원 LG 현대차(10개) 포스코 등이 뒤를 이었다.

또 한국전력과 신한금융은 10개,포스코는 6개의 자회사들이 이중대표소송 제기가 가능해 국가기간산업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경련은 예상했다.

이승철 전경련 경제조사본부장은 "국제투기자본 또는 시민단체와 같은 외부세력에 의해 국가기간산업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상존하게 된다"며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헤지펀드들이 마음만 먹으면 웬만한 공기업 지분 1%를 확보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이 밖에 △이사들의 위험회피적이고 소극적인 경영 △기업 간 독립경영 원칙의 저해 △모회사와 자회사 주주 간 이익 상충에 따른 갈등 △자회사 설립을 통한 외자유치 및 경영활동 위축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법률적으로도 모회사와 자회사 사이의 독립된 법인격이 부인되고 주주 간 평등권 침해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조일훈·김형호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