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주를 나눠주지 않으면 협상을 부결시켜라."

현대자동차 노사가 26일 밤늦게까지 협상을 거듭하는 난항 끝에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막판까지 노조 이기주의와 계파 간 선명성 경쟁 때문에 협상 타결이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울산 5공장 소속 노조간부 30여명은 막바지 협상이 한창인 이날 오후까지 기존 주차장에 공장을 신설하겠다는 회사측 계획에 맞서 임금협상안에 포함되지도 않은 대형 주차장 부지 확보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같은 시간 현대차 노조 현장조직의 홈페이지에는 박유기 위원장이 윤여철 사장과 별도협상을 벌인 것을 놓고 "구걸 협상의 표본이다.

합의해도 부결시킨다"며 비난하는 글이 쏟아졌다.

현대차 노조가 매년 파업을 되풀이하는 배경에는 10여개에 달하는 계파 간 선명성 경쟁이 한 몫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현대차 노조 내 각 계파들은 집행부가 회사와 맺은 협상 성과 깎아내리기를 해마다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행부가 파업을 하지 않고 임금협상을 타결지을 경우 반대파의 비난에 시달리는 부담을 안아야 하고,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강경 투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대차 노조는 이 같은 노조 내 계파 간 알력 때문에 2001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되기도 했다.

2003년에는 일부 강성 노조원들이 집행부의 근골격계 처리방식이 회사를 감싸는 처사라고 반발,근로복지공단에 들어가 시너를 뿌리고 농성을 벌이는 등 강경투쟁을 벌여 노사협상을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울산 5공장 대의원 등 노조간부 30여명이 지난 19일부터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5공장 주차장에 대형 승용차 생산공장을 건설하려는 회사 방침에 맞서 농성을 벌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선명성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노조 집행부는 교섭위원을 노사 각각 25명씩이나 세울 것을 고집해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 노조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핵심 사업장으로서 전위대 역할을 하는 것도 연례 파업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2월에서 4월 사이 비정규직 법안 상정 반대를 위한 파업을 4차례 벌여 3600억원의 생산손실을 입혔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 내 계파 간의 집행부 장악을 위한 선명성 경쟁이 해소되지 않는 한 '막무가내식 파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현대차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노조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