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을 오래하거나 야근을 한 후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우리 몸이 24시간 주기로 고정된 생체리듬과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차증(jet-lag)은 정상 리듬을 찾는데 상당히 오래 걸린다.

여행에서 돌아온 2-3일후에 컨디션이 더 나빠지는 이유는 첫날에는 체온이나 내분비, 심장 및 위장 운동, 수면, 기상 등이 비슷한 속도로 적응을 못한다면 둘째, 셋째 날에는 이들 리듬이 서로 다른 속도로 정상을 찾아가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조화롭게 연주하던 오케스트라가 갑자기 지휘자가 바뀌면서 엉망진창으로 불협화음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럴 때는 선글라스를 쓰면 도움이 된다.

또는 실내 조명을 흐린 날씨처럼 최대한 낮추는 것도 좋다.

멜라토닌 같은 약물을 쓰는 방법도 있지만 실효가 완전히 입증되지는 않았다.

24시간 주기를 변경하는데는 이처럼 빛의 양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쥐를 비롯한 야행성 설치류는 일찍 일어났더라도 밖이 밝으면 좀처럼 굴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시계를 보지 않아도 시간을 얼추 짐작할 수 있는 까닭은? 이른 아침에 심장마비에 더 잘 걸리는 이유는? 벌은 어떻게 시간을 알까? 순록은 어떻게 이동할 때를 알까? 왜 10대들은 아침에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지 못하고 헤맬까? 종달새형 인간과 올빼미형 인간으로 나뉘는 까닭은 무엇일까?
런런 임페리얼 칼리지 의학부의 분자신경과학 교수인 러셀 포스터와 미래학자 레온 크라이츠먼이 펴낸 '바이오 클락(Bio Clock)'(황금부엉이 펴냄)은 이런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시간생물학 분야의 최신 성과를 집중 소개한다.

생체 시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다양한 연구사례를 통해 입증하고, 체르노빌 원전사고나 엑손 발데스호 침몰사고 등 야간 근무 중의 부주의로 일어난 수많은 인재(人災)들도 열거한다.

생활 패턴, 업무 능률, 건강 등에서 이제는 생체시계를 고려해야하지 않을까.

책은 야근을 강요하는 관리자들이나 어떤 이유로든 야근을 자청하는 근로자들은 작은 업무 성과를 얻느라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416쪽. 1만6천500원.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chae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