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제한적인 등락을 거듭하는 박스권 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체감지수가 바닥을 헤매고 있다.

급격한 조정장에서는 벗어났다지만 손실을 만회할 기회가 좀처럼 찾아오지 않고 있는데다 특히 개인의 매매 비중이 절대적인 코스닥시장의 회복이 더디기 때문이다.

27일 시장 전문가들은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중소형주가 주축인 코스닥시장에서는 작년처럼 증시를 주도하지 못하고 유가증권시장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 실적이나 테마 등 재료를 보유한 개별 종목 중심의 장세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가지수의 움직임보다는 종목 선별에 집중하라고 주문했다.

◇ 코스닥 상대적 부진 =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모두 박스권 내에 횡보하고 있지만, 코스피지수의 경우 박스권 상단인 1,300선에 가까워지면서 박스권 돌파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데 반해 코스닥지수는 박스권 하단인 550선 부근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코스피지수는 전날 5일 이동평균선이 20일선을 살짝 넘어서는 단기 골든크로스가 발생한 반면 코스닥지수는 장.단기 이평선이 완전한 역배열 상태를 지속하는 등 기술적인 지표도 부진하다.

코스닥시장은 외국인과 함께 기관까지 매도에 가세하면서 수급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달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천억원 이상의 누적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만 2천700억원의 순매도를 보이며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이와 함께 수급상 개인 의존도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개인 매매비중은 6월 90.2%에서 이달 현재 92.1%로 높아진 반면 기관은 3.8%에서 3.2%로, 외국인은 4.9%에서 3.5% 낮아지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 부진의 5가지 이유 = 코스닥시장의 부진의 이유로는 ▲휴대폰, LCD 등 전방산업의 업황 부진에 따른 IT 부품주들의 실적 전망 악화 ▲하락장에서의 위험자산 회피 심리 확산 ▲미국 기술주의 상대적 부진 ▲우회상장 규제에 따른 테마주 약세 ▲NHNLG텔레콤 등 일부 대형주들의 시가총액 비중 축소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시장에서도 최근 전통 제조업체에 비해 나스닥 상장 IT 종목들의 주가 부진이 심화되는 양상"이라며 "이는 글로벌 증시 전반의 조정 분위기 속에 위험자산을 피하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같은 위험자산 기피 현상은 외국인과 국내 기관들에서 특히 뚜렷해지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관들이 운영하는 펀드내 코스닥 종목의 편입 비중은 최근 7개월 연속 감소, 1년 반만에 최저 수준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동민 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기관들이 중소형주를 집중적으로 매도했지만 아직 매수를 기대하기는 힘든 분위기"라며 "최근 신규 상장주들이 물량 부담 때문에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수급 등 시장의 체력이 그만큼 약해졌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코스닥시장이 활기를 띠려면 무엇보다 테마주들이 살아나야 하는 데 우회상장 규제 등으로 인해 테마주들이 침체에 빠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코스닥 대장주인 NHN이 무상증자 신주 상장이 이뤄지지 않아 한때 5조원대에 육박했던 시가총액이 현재 1조6천억원대로 감소하고, 코스닥 시총 2위인 LG텔레콤도 IMT-2000 사업 취소 여파로 주가가 급락한 것도 코스닥지수의 부진에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서된다.

◇ 600선 회복 언제쯤 = 코스닥시장은 시장 주도력을 상실한 상태기 때문에 앞으로의 흐름은 유가증권시장, 특히 대형주들의 움직임에 연동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코스닥시장의 급상승은 앞서 3년간의 하락장에 대한 반작용 성격이 강했고 올해는 작년 같은 모습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스스로 주가를 결정할 수 있는 동인이 없기 때문에 유가증권시장이 상승하면 따라서 올라가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8월 코스피지수가 1,300선을 넘어서며 고점을 한단계 높이는 반등을 시도할 경우 코스닥지수도 600선 부근까지 상승한 뒤 돌파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단기 낙폭 과대에 따른 가격 메리트가 발생한 종목들을 중심으로 개인 참여가 활기를 띠면서 감소했던 거래량이 다시 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5월 3억4천만주까지 줄었던 코스닥시장의 일평균 거래량은 이달 들어 4억2천만주 수준으로 회복했다.

이윤학 연구위원은 "530~550선 부근에서 지지선을 구축한 뒤 유가증권시장의 반등과 함께 8월 중 600선 돌파를 시도하는 단기 랠리를 연출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소화해야 할 매물벽이 높아 곧바로 상승 추세로의 복귀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이후 하반기 실적을 보며 방향을 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기관이나 외국인이 받쳐주지 않을 경우 개인의 힘만으로 시장 전체를 끌어올리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실적과 테마 등 보유 재료에 따라 개별 종목들의 움직임이 활발한 종목 장세 양상을 지속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최재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시 체력이 약해진 지금 같은 국면에선 실적을 중심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2.4분기 실적 호전 기업 가운데 하반기까지 실적 개선이 지속될만한 기업들에 관심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