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권석 기업은행장은 '위트의 사나이'로 통한다.

50대 중반을 넘겼지만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출중한 능력을 갖고 있다.

"지행장들 회식자리에 강 행장이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강 행장이 그 자리에서 건배사로 '당나귀'라는 구호를 제안했죠.'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라는 뜻인데,재치있는 건배사에 딱딱하기만 했던 회식자리가 순식간에 부드러워진 적이 있습니다."(기업은행 K지행장)

골프장에서도 인기가 많다.

최신 유행하는 선글라스에 화려한 골프모자를 쓴 다소 '튀는' 패션으로 나타나면 라운딩 시작 전에 벌써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진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물론 골프실력도 핸디캡 12로 수준급이다.

경직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위트는 이른바 'KS(경기고,서울대)' 출신들이 가득한 옛 재무부에서 '비KS(동성고,연세대)'출신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하나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위트와 유머만 갖고 재무부에서 살아남기는 불가능한 일.본인 스스로 "정말 열심히 일했고 성과도 있었다"고 얘기할 정도다.

1995년 재무부 보험과장을 지낼 당시 자동차 보험제도를 개선해 보험업계의 수익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일은 지금까지도 보험업계에서 회자될 정도다.

강 행장은 특히 "돌아가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거기에 가장 잘 맞는 언어로 표현해 내는 역량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은행장 취임 이후의 '어록'이 이를 잘 말해준다.

2004년 3월 취임과 동시에 남긴 "비올 때(중소기업이 어려울 때) 우산을 빼앗지 않겠다"는 '우산론'은 지금 은행권의 격언처럼 되어있다.

기업의 체질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질병의 징후를 미리 찾아내야 한다는 '기업주치의론'이나,'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을 차용한 '기업인천하지대본'(企業人天下之大本) 등의 문구도 모두 강 행장의 머리 속에서 나왔다.

딱딱한 기업은행의 이미지를 '企up-,氣up-,起up-'이라는 톡톡튀는 카피로 참신하게 재생시킨 것도 물론 그의 아이디어.

강 행장은 "금융계 동료,공무원,언론인 등 주변 사람들과의 잦은 대화 과정에서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표현이 나오면 기억해뒀다 써먹는다"며 "혼자만의 아이디어는 결코 아니다"고 겸손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