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표현이 딱 맞네요."

28일 개막된 '2006 전경련 제주 하계포럼'에서 권오규 경제부총리의 강연이 끝난 뒤 나온 참석자들의 반응이다.

참석자들은 특히 재계가 관심을 가졌던 투자규제 완화 부분에 대해 권 부총리가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권 부총리는 이날 '한국경제 전망과 정책과제'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업이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하면서 "정부도 기업의 의욕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여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말의 성찬'에 가까웠던 권 부총리의 '총론'은 참석한 기업인들의 질문 속에서 빛이 바래기 시작했다.

"현재 정부가 도입하려는 집행임원제,이중대표소송제와 순환출자에 대한 새로운 규제 등은 경영활동에 많은 부담이 된다"고 한 참석자가 쓴소리를 하자 권 부총리는 "당분간 대기업 정책의 큰 틀에는 변화가 없으며 앞으로 정부 재계 시민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고 충분히 논의를 할 것"이라며 넘어갔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경영투명성이나 책임성,건전성 등이 아직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일부 참석자들은 "정작 기업들이 원하는 것은 해주지 않으면서 틈만 나면 '획기적인 규제개선'을 들먹이는 것이 정부 당국자들의 습성"이라고 비꼬았다.

"(출자총액규제가 당장 폐지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꼭 필요한 투자는 이뤄질 수 있도록 졸업조항 예외조항 등을 충분히 활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에서도 볼멘 소리들이 적지 않았다.

당장 "개별적인 투자사안이 생기면 일일이 정부를 찾아다니며 호소 내지는 설득을 하라는 말이냐"는 힐난이 들려왔다.

경제부총리가 기업인 행사에 일부러 시간을 내 제주도까지 날아온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국회 청문회 때부터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그 어느 누구보다 강조했던 '경제 수장'으로서 보다 과감하고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지 못한 것은 적잖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제주=조일훈 산업부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