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삼성 계열사의 사장들은 주말을 포함해 열흘에서 보름짜리 장기 여름휴가를 즐기고 있다.

최고경영자들은 1년에 무조건 보름(평일 기준) 이상의 휴가를 가라는 그룹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사장들은 처음에 이 방침을 전해듣고 반신반의했다.

지금까지 업무를 이유로 걸핏하면 휴가를 반납하며 직장생활을 해온 이들로서는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실제 삼성 사장들에게 평소 취미가 무엇이냐고 질문하면 대부분 "일이 곧 취미"라고 대답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주요 계열사 사장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차례로 휴가를 떠나면서 아무런 뒷탈(?)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조직 분위기도 확연하게 달라졌다.

고위 임원들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즐겁고 떳떳하게 장기 휴가계획을 세우고 있다.

휴식에 대한 가치 역시 업무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자라났다.


삼성이 휴가제도를 전면 개편하고 나선 이유는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기업이 직원들에게 적당한 여가를 제공하는 것은 시대의 변화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기업에도 보탬이 된다"며 "집중 업무의 효율이 높듯이 쉬는 것도 집중해서 하면 재충전 효과가 더욱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임직원들이 여가를 잘 활용해 가정에 봉사하고 독서와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다면 입체적인 사고가 가능해진다는 것이 이 회장의 지론이다.

이에 따라 주요 계열사들의 휴테크 기법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으며 지원체계도 좋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임직원들에게 그룹 연수원,한화콘도,휘닉스파크 등 전국 각지의 휴양소 36곳을 법인회원 가격에 개방하고 있다.

또 선착순 사전 신청을 통해 대표적 워터파크인 캐러비안베이를 특별 할인가에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올 여름에 가족들까지 참여하는 자원봉사 캠프를 운영키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여름방학을 맞은 임직원 자녀를 대상으로 자원봉사의 가치를 이해하고 진정한 나눔을 몸소 체험해볼 수 있는 캠프다.

장애인 돕기,환경체험 행사,농촌 일손 돕기 등이 주요 프로그램으로 잡혀 있다.

온양사업장의 경우 이미 지난달 22일 충남 당진군 영전 황토마을에서 장애아동 30명과 함께 황토 염색과 짚풀 공예 등 농촌 일손 돕기 행사를 벌였다.

삼성SDI도 직원들의 행복한 '여름나기'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 본사와 기흥연구소,울산·수원·천안 공장의 전 직원들에게 사원 휴양소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하게 하고 제주도와 속초 지리산 양평 등 전국 각지의 콘도 30곳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해놓았다.

삼성테크윈은 지난해 직원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마련한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올해도 그대로 시행할 예정이다.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운영하며 △청학동 예절캠프 △야영 자연캠프 △축구교실 △주니어 영어캠프 △농촌 팜스테이 등이 포함돼 있다.

삼성SDS 역시 캐러비안베이에 자사 임직원들과 1 대 1 자매결연을 맺은 소년소녀가장들을 초청해 여름캠프를 개최할 계획이다.

올해로 벌써 12년째.회사 관계자는 "삼성SDS의 휴가는 다른 계열사들과 마찬가지로 가족과 봉사활동이라는 테마로 짜여 있다"면서 "가족들과 함께 있는 시간 동안 봉사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재충전과 보람을 동시에 느끼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기의 농촌봉사 활동도 13년째를 맞이한다.

청년층들이 떠나고 주로 노인들만 남은 농촌이 지원 대상이다.

수지침 동호회원들의 무료 침시술과 사진 동호회의 효도 영정사진,가전제품 수리 및 온내배선 봉사활동 등의 세부 프로그램을 준비해 놓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