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은 단순히 종이 제조만 해왔지만 이제부터는 적극적인 M&A를 통해 사무용품·유통·물류·환경·에너지 등 종이와 관련한 모든 사업을 망라하는 '토털 페이퍼 컴퍼니'로 거듭날 것입니다."

그동안 언론에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동욱 무림그룹 회장(58)이 창립 50주년(7월26일)을 계기로 그룹 중장기 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이 회장은 지난 29일 서울 신사동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2010년까지 무림그룹의 전체 매출액과 경상이익을 지금의 2배 수준인 2조원과 2000억원으로 각각 늘려 나갈 것"이라며 "단순 제지사업 비중은 기존 75%에서 50% 수준으로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1989년 작고한 이무일 무림제지 창업자의 차남이다.

창업자의 장남 동익씨는 피카디리극장을 운영하고 있고 3남(동윤)은 세림제지 회장,4남(동근)은 의사,막내(동훈)는 파인리조트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 회장은 1976년 무림제지에 입사한 후 1980∼81년 무림제지와 신무림제지 사장을 거쳐 1989년 두 회사 회장으로 올라섰다.

1995년부터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고 자신은 그룹 운영에 대한 지침만 결정해왔다.

이 회장은 '2010년 중장기 계획'에 대해 "제지 중심의 핵심 사업과 사무용품 유통 물류 조림 펄프 등 신규 사업,열병합 발전 및 신·재생 에너지 등 대안 사업으로 나눠 2010년까지 8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기존 제지사업에 3500억원을 투자하고 조림 및 펄프 등 분야에 3000억원,환경 에너지 분야에 2000억원을 각각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림그룹은 특히 신규 사업 및 대안 사업과 관련,기업 인수·합병(M&A)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이 회장은 "사내 유보자금만 2000억원 정도인 데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을 통해 자금을 끌어들인다면 1조원 이상의 기업도 인수할 여력을 갖고 있다"며 "조만간 결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무림은 조림사업도 한층 강화해 중국 장쑤성에 있는 1만ha 규모의 조림지를 10만ha로 확대하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지역에 추가 조림지를 조성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장은 앞으로 경영을 보다 적극적으로 챙기겠다는 의사도 나타냈다.

그는 "1995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현업에서는 되도록 발을 빼고 있었다"며 "이젠 역할 분담이 확실해진 만큼 회사의 앞날에 대해 전문경영인과 자주 상의하며 호흡을 맞추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의 이번 기자간담회는 그동안 노출을 꺼리던 제지업계 오너들이 잇따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추세의 연속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일례로 '개성상인'의 맥을 잇고 있는 단재완 한국제지 회장이 지난 3월 경남 온산공장 준공식에서 모습을 드러냈으며 한솔그룹의 이인희 고문도 지난 5월 한솔제지 대표에서 물러난 지 5년 만에 공장을 다시 방문,눈길을 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제지업체들이 변신을 도모하면서 오너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