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 원칙을 고수해 온 세계 최대 할인점 업체인 월마트의 중국 법인에 처음으로 공회(노조)가 설립됐다.

월마트의 전 세계 5000개 점포 가운데 노조가 설립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30일 보도했다.

이는 한국의 노총격인 중화중국총공회가 지난 2년간 월마트 삼성 코닥 등 다국적 기업의 실명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노조 설립을 압박해 온 데 따른 것으로 삼성의 무노조 원칙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중국에서 6개 정도의 합작법인에만 노조를 두고 있을 뿐 한국처럼 무노조 원칙을 견지해오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월마트가 중국 남부 푸젠성 취안저우시에 투자한 '선궈터 백화 유한공사'의 진장점에 지난 29일 30명을 발기인으로 한 공회가 설립됐다고 전했다.

월마트의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의 거대한 소비시장 확보를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월마트는 최근 한국에서 물러난데 이어 독일에서도 85개 점포를 현지 유통업체인 메트로에 넘기는 식으로 철수키로 하는 대신 중국 시장 공략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월마트의 중국 내 점포는 지난해 말 45개에서 올 들어 이미 59개로 늘었고 여기에 종사하는 근로자만 3만여명에 이른다.

월마트는 2004년 11월 "중국에서 노조설립을 허용할 수 있다"는 성명을 낸 후 지난해 8월 상하이 진출에 성공하는 등 중국 진출에 공을 들여왔다.

중화중국총공회는 지난 3월 현지 진출 외국기업 내 노조설립 비율을 33%에서 연말까지 60%로 높이고 이어 내년 말까지는 8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는 등 외국 기업의 중국 사업장 내 노조 설립 압박을 지속해왔다.

중국 현행 공회법에 따르면 직원들이 노조설립을 요구하면 회사는 이를 수용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외국기업 일부가 직원들이 노조설립 요구 자체를 하기 힘들도록 방해하고 있다는 게 중국 당국의 시각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