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시장에 '퓨전'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먹과 담채를 쓴 작품이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최근에는 아크릴·유화물감·엑스레이 필름·철가루 등 서양화 재료와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퓨전한국화' 작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미술 전문가조차 한국화인지,서양화인지 헷갈릴 정도로 두 장르 간 경계가 급속히 허물어지는 추세다.

50대 김근중을 비롯해 임택 이정배 서은애 손동현 유근택 한기창 홍주희 한은선 김채형씨 등이 새로운 경향을 대표하는 한국화 작가들.

이들은 독창성을 인정받아 국내외에서 전시가 잇따르며 인기를 끌고 있다.

○톡톡 튀는 작품 경향='퓨전 한국화'의 중심에는 20~40세대 젊은 작가들이 있다.

이들은 서양화의 재료를 사용해 동양적인 감성을 표현하며 자기주장을 투영시킨다.

서양의 팝적인 요소를 곁들인 작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손동현씨는 전통 한국화의 형식을 빌려 화폭에 터미네이터,로보캅 등 영화 속 캐릭터를 그린다.

아트사이드 윈도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는 한기창씨는 엑스레이 필름를 덕지덕지 이어붙여 산수화를 만들어 내고,홍주희씨는 민화와 일본의 판화(부세화) 등의 요소를 끌어들여 내면 세계를 감성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서은애씨는 산수풍경에 자신의 얼굴을 배치하며,설치작가 이정배씨는 빛을 발하는 패널 위에 수묵화를 그려 넣는다.

동양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감성을 자극하는 김채형씨, 철가루로 산수를 그리는 김종구씨,산의 조형물을 만들어 사진을 찍은 후 사람사진과 합성해 풍경을 재현한 임택씨 등도 주목된다.

○변화 이유와 거래가격=패러디,장르 교차,미디어 친화적 경향 등 미술계 일반에 최근 나타나는 변화가 한국화와 접목되면서 표현 방식이 다양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정통 한국화보다는 서양화를 선호하다 보니 한국화에 서양화를 접목하려는 대안 모색이 진행되는 중이라는 시각도 있다.

'퓨전한국화' 작품 가격은 작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점당(100호 기준) 300만~1800만원에 거래된다.

김근중 이정배 서은애 홍주희씨는 요즘 국내시장에서 각광받고 있으며,손동현씨는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동산방 화랑의 박우홍 대표는 "한국화의 차별화는 지난 10여년간 침체기에 빠졌던 한국화를 부흥시키려는 고육책이라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미술애호가들의 기호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소재와 표현기법을 사용한 한국화 작품이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