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의 '한·미 FTA 국민보고서'에 대해 주류 정치·경제학자들은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토론의 가치조차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한·미 FTA 저지를 반미·좌파 세력이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체제 수호 차원에서라도 한·미 FTA를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인 김종석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아직도 그런 용어와 논리를 펼치고 있다는 것이 한심하다"며 "그들은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국으로 성장한 현실을 외면한 채 우리나라를 농경국가로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반대론자들은 항상 정치적으로 접근한다"며 "그러나 FTA는 이념과 체제가 달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와 독일이 경제를 통합한 점도 따지고 보면 정치적으로 좋아서가 아니라 경제적으로 서로 이득이 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서라는 것이다.

한·미 FTA 역시 양자에게 경제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기 때문에 추진하는 것이며,우리가 먼저 제안한 것도 그만큼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뉴라이트재단에 참여하고 있는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국제정치학)는 "범국본이 한·미 FTA를 정치선동식으로 몰고 가려다 보니 평택 미군기지 반대와 자꾸 연결시키는 것"이라며 "미군기지와 한·미 FTA를 한꺼번에 부정적으로 몰고가서 자기들의 반미주의를 넓히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범국본의 움직임이 일반 대중이 갖는 불확실성을 이용해서 불안을 부추기고 자신들의 기반을 확대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최영종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는 "범국본은 한·미 FTA 체결로 한·미동맹이 강화되면 중국이 기분 나빠지고,그래서 통일이 안된다는 논리는 비약"이라며 "중국은 그런 나라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중국은 우리나라와 FTA를 맺자는 나라로,우리보다도 훨씬 진취적이고 개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많은 나라가 FTA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들이 모두 경제종속을 원하는 것이냐"며 범국본을 바깥 세상을 보지 않고 논리 없이 우기기만 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학자는 "범국본의 한·미 FTA 반대 논리는 마치 북한의 주장을 듣는 것 같다"고 촌평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범국본의 논리와 주장은 말 그대로 쇼킹할 뿐"이라며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부정하는 세력이 한·미 FTA 반대운동을 주도하고 있다는 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