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부천·안양시 등 경기도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이 '개정 도정법' 시행을 앞두고 재개발조합 설립 전 시공사 선정을 전격 금지함에 따라 신규 재개발사업은 향후 1~2년 동안 전면 중단될 전망이다.

조합 설립 이전 단계인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곳이라도 조합 설립까지는 통상 이 정도의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추진위 난립과 금품수수 등 비리를 낳는 시공사 수주전을 막기 위해 시공사 선정 시기를 조합 설립 이후로 규정한 개정 도정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은 8월2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소급 적용 등 적법 여부를 놓고 법적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자체들 왜 앞당겨 금지하나

업계에서는 상당수 추진위들이 개정 도정법이 시행에 들어가는 8월25일 전에 미리 시공사를 선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막기 위해 부천시 등 지자체들이 '소급 적용' 여지가 있다는 부담을 무릅쓰고 강경대책을 동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추진위들이 미리 시공사를 정하면 '조합 설립 이후'로 규정한 개정 법의 실효성이 사실상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의 불공정 경쟁 등 각종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는 것도 지자체로선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은 강경 자세다.

실제 수원시는 시공사 선정을 중지하라는 행정명령을 듣지 않고 선정을 강행한 권선3구역 추진위원장 등을 도정법 위반으로 수원지검에 고발하고 시공사인 동부건설을 수사의뢰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권선3구역 외에 4개 재개발 추진위에도 시공사 선정을 중단하라는 경고장을 보냈다"고 밝혔다.

부천시 관계자도 "건설사들이 추진위의 입찰에 참여할 경우 뇌물 금지 등을 규정한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여부를 따져 고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개발사업 혼선 불가피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당장 현재 재개발사업이 초기 단계인 수원 20곳,부천 37곳,안양 17곳 등 총 74개의 재개발사업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들 중에는 개정 도정법이 시행되는 8월25일 이전에는 추진위의 시공사 선정이 가능한 줄 알고 입찰을 진행 중인 곳이 상당수에 달해 큰 혼란이 우려된다.

이에 따라 미리 시공사 선정을 추진해온 추진위와 관련 건설사들은 모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그동안 상당한 비용을 들였던 수주 노력이 물거품이 돼 이미 확보해 놓았던 시공권마저 박탈당할 위기에 몰렸다.

추진위들도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하면 사업 일정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며 고심하고 있다.

○추진위.건설사 '법적 대응 불사'

이에 따라 재개발 추진위와 건설사들은 수원시 등의 이번 조치에 대해 "현행법상으로 추진위의 시공사 선정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혀 강한 반발을 나타내고 있다.

수원 권선3구역 추진위 관계자는 "현행법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법률 자문까지 받아 시공사를 선정했던 것"이라며 반박했다.

A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그동안의 법률 해석을 뒤집는 것이어서 전국적인 혼란과 반발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 주거환경과 관계자는 "작년 3월 도정법 개정 때 재개발사업 시공사를 조합설립 인가 다음 단계인 사업시행 인가 이후에 선정하도록 했던 조항을 삭제한 것은 추진위의 시공사 선정을 허용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며 "시공사 선정은 도정법 시행 전이라도 반드시 조합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