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낚인 거야?"

직장인 김상혁씨(36)는 지난달 30일 인터넷 검색을 하다 완전히 '낚였다.'

사연은 이렇다.

이날 아침 김씨는 영국 축구 프리미어리거인 이영표가 전날 밤 연습경기에서 골을 터뜨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축구광인 김씨는 검색에 들어갔다.

마침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검색어 1위에 '이영표 골'이 올라 있었다.

'이영표 골 동영상'이라고 쓰여 있는 수많은 블로그 등 검색항목에 대고 클릭했다.

그러기를 1시간.하지만 '이영표 골 동영상'은 없었다.

클릭하기만 하면 '야한 사이트'로 연결되거나 도박 관련 게시물이 떴다.

요즘 용어로 '낚시글'에 보기좋게 '낚인' 것이다.

포털 사이트에 오른 낚시글의 폐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네티즌에게 필요 이상의 시간을 빼앗을 뿐 아니라 10대 네티즌이 포르노물에 노출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

낚시글의 유형은 매우 단순하다.

국내외적으로 관심있는 일이나 사건이 벌어지면 핵심 단어가 낚시글의 제목으로 쓰인다.

특히 스포츠나 연예인,저명인과 관련한 뉴스가 낚시글의 단골 메뉴다.

박지성 이영표의 골 장면이나 이승엽 박찬호의 홈런 호투 동영상,여자 연예인과 관련한 소식은 흡입력이 강한 낚시글로 이용된다.

낚시글을 주로 이용하는 쪽은 블로그 미니홈피 등 개인 홈페이지 운영자와 이벤트업자,온라인 거래상,포르노업자,마케팅 대행사 등이다.

방문자 수를 늘리고 손님을 끌어야 하는 이들에게 유명 스포츠인과 연예인 동영상이나 얘기만큼 좋은 미끼는 없다.

가장 극성스러운 쪽은 이벤트나 포르노업자들이다.

이들에게 걸려들면 쉽게 빠져 나오지도 못한다.

야한 화면이 연속해 뜨기도 한다.

온라인 판매자와 마케팅 대행사는 그래도 봐줄 만하다.

문제는 방학을 맞은 미성년자들이 낚시글에 자주 낚인다는 점이다.

이영표 골 장면을 보러 들어갔다 충격을 받을 만한 섹스물에 노출되기도 한다.

낚시글이 이처럼 판치자 이를 제거하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인 카페도 있다.

회원수가 78만명이나 되는 다음 최대 축구카페 'I Love Soccer'는 '낚시'를 하는 카페 회원은 글을 올리지 못하도록 강등 처리키로 했다.

하지만 포털 차원의 낚시글 대응은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모니터링 요원 열댓 명이 24시간 상주하며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악질 낚시글을 잡아내지만 워낙 많아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