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과 과표 현실화 여파로 상속세를 걱정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과거엔 내로라하는 자산가들만이 상속세를 따져봤지만 이젠 종합부동산세(기준시가 6억원 이상)를 내야 하는 사람이라면 상속세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는 집값이 급등했는 데도 공제한도는 8년째 5억원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의 상속세 징수액은 최근 4년간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31일 재정경제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상속세로 8215억원을 거둬들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7020억원보다 17% 이상 많은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상속세는 2002년까지만 해도 4000억원 안팎에 머물렀지만 2003년 4853억원,2004년 5883억원 등으로 매년 1000억원 이상씩 불어나고 있다.

세무업계에선 이 같은 추세라면 내년엔 상속세가 1조원을 웃돌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속세 대상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 1~2년 사이 주택 값이 폭등한 데다 과표가 빠른 속도로 현실화되고 있어서다.

특히 양친 중 한 분만 생존한 상태에서 상속이 이뤄질 경우 기준시가가 5억원이 넘는 주택은 상속세를 내야 하는 만큼 종부세 대상이라면 대부분 상속세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양친 모두 생존하다가 한 분이 사망했다면 10억원이 면제 대상(일괄공제 5억원+배우자공제 5억원)이지만 양친 중 한 분만 생존해 있었다면 일괄공제만 5억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 PB영업팀 관계자는 "종부세 대상자들의 문의가 지난해까지는 보유세와 양도세에 대한 것이 사실상 전부였지만 올해 들어선 상속세 문의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서울의 강남 3구를 비롯한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웬만한 아파트 한 채의 기준시가가 5억원을 넘어서면서 불거진 현상이다.

이 관계자는 "강남 아파트 가운데 40평형 이상이면 거의 대부분 기준시가가 10억원이 넘는 만큼 양친이 모두 생존해 있는 경우라도 상속세를 내야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금융자산이 별로 없는 피상속자의 경우 상속세를 내기 위해 상속 주택을 팔아야 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지만 이 또한 양도세 부담이 만만치 않아 세 부담은 더욱 커진다는 지적이다.

중산층이 상속세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은 2000년대 이후 부동산가격 상승과 2004년 말 보유세제 개편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집값이 뛴 데다 예전엔 과표가 시가의 30~40%에 불과했지만 최근엔 80% 수준으로 높아진 때문이다.

그렇지만 1998년 말 만들어진 상속세법 체계는 8년간 바뀌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 상속세 납부 대상이 8년 전에 비해 최고 100배 이상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세무 전문가들은 경제상황 변화와 과표 현실화 등을 감안해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세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