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사건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스티븐 리 전 론스타 대표의 행방이 여전히 묘연한 데다 정헌주 허드슨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의 구속영장마저 7월28일 기각됐기 때문이다.

정씨의 영장 기각은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 등 론스타측 인물로선 벌써 4번째에 달한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31일 "론스타측 사람들에 대한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으로 수사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며 "미국 본사에도 자료를 요청했지만 극히 제한된 내용만 받았다"고 수사 고충을 토로했다.

검찰은 스티븐 리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미국 수사당국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청하고 자진 입국할 경우 선처를 고려하겠다고 했지만 그가 스스로 한국에 들어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미국 국적인 정헌주 대표의 경우 출국정지 시효가 완성된 상태여서 미국으로 출국하겠다고 하면 이를 막을 법적 근거도 없다.

검찰은 정 대표의 영장 기각 사유를 분석한 후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금년 5월 영장이 기각됐던 유회원 대표의 영장을 두 달 넘도록 재청구하지 못하고 있는 전례에 비춰 정 대표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병일·유승호 기자 kbi@hankyung.com